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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심위, 비상식적 심의 그만하라!

 

KBS <추적 60>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97일 방송)이 중징계를 받게 생겼다. 지난 9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는 간첩혐의로 구속된 서울시 공무원 유 모씨에 대한 1심 무죄 판결 과정을 다룬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9(공정성)와 제11(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를 위반했다며 법정제재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어제(23) 방송심의소위에서 심의를 진행했으나 심의위원들 간 의견이 갈려 최종 징계 여부와 수위는 방심위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하지만 여당 추천 심의위원들 모두 법정제재를 주장하고 있어 63구조의 전체회의에서 중징계가 나올 전망이다.

 

방심위의 정치·편향·과잉·표적·청부 심의 문제는 다시 언급하기도 지칠 만큼 반복되고 있다. 예상대로 <추적 60>에 대한 징계가 결정된다면 또 하나의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편'은 방송을 앞두고 갑자기 보류되어 수정과 편집을 거쳐 일주일 뒤에야 방영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으로 시끄러운 시기를 감안해 방송 전에는 사측이 정권의 눈치를 보더니 방송 후에는 방심위가 부당심의의 칼을 빼들고 국정원과 정권 비호에 나선 셈이다.

 

억지 제재를 하려다보니 위반 사유로 든 근거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심의규정의 모호함을 지나친 내용규제와 징계의 구실로 삼고 있다.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공정성 조항을 눈밖에 난 프로그램 죽이기 용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현행 방송법 상 보도와 논평에만 적용 가능한 공정성 조항을 <추적60> 같은 시사프로그램에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는 심의규정 11조를 들이댄 것도 무리수다.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는 점을 악용해 방심위 입맛대로 족쇄를 걸고 있다. 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재판에 계류 중인 주요 현안에 대한 보도가 불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모호한 심의규정을 방심위가 사안에 따라 달리 적용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을 봉쇄하는 탄압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방심위는 이전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부 하에서도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춰 표적·과잉심의를 계속하고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고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후진적 심의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두 차례나 방심위 심의와 재판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망신을 당하기도 하면서 안팎에서 그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금이라도 비상식적 심의를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 방송의 공적 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존립의 이유를 돌아보기 바란다. 그것만이 방심위의 자멸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20131024

언론개혁시민연대

 

Posted by PC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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