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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활동가

[언론:운동 안내서] SKB·LGU+의 '갑질'과 시청자의 권리

by PCMR 2015. 3. 19.

1. 10개 언론단체들이 어제(17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고공농성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어떤 내용인가?

 

인터넷, IPTV 회사인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서 장기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가 118일, LG유플러스는 121일째 파업 중이다. 2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서울중앙우체국 앞 광고탑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시작한지 40일이 지났다. 언론단체들은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2.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초고속인터넷, IPTV 설치·수리기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하청노동자, 사실상의 비정규직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전국에 각각 91개, 70개의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SK브로드밴드는 행복센터라고 부른다) 이 중에는 SK, LG와 직접 계약을 맺는 1차 협력업체도 있고, 중간업체가 끼어 2-3개 행복센터를 운영하는 형태도 있다.

 

근로계약 형태도 다양하다.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있고, 개인도급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도 있다. 소사장을 두고 그 밑에 개입도급 기사들이 소속되는 형태도 있다. IPTV사(SKB, LGU+)와 고객 사이에 여러 단계의 사업자가 존재하는 복잡한 구조로, 전형적인 다단계 하도급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 집에 Btv, U+tv를 설치하러 오는 기사들은 SK와 LG가 직접고용한 직원이 아니다.

 

   
 

 

SK와 LG는 협력업체와 1-2년 마다 도급계약을 맺는다. 하청의 하청인 경우 1년 미만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 때마다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하에서 이중 삼중의 착취를 당해야 하고, 심지어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크게 세 가지다. ➀ SK와 LG가 설치수리 기사들의 ‘진짜 사장’이라는 것을 인정할 것, ➁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해소할 것, ➂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해달라는 것이다.

 

3. 설치수리 기사들의 근무조건은 어떠한가?

 

한 마디로 열악하다. 노동자들은 ‘살인적인 노동’이라고 부를 정도다. 부당한 사례가 너무 많지만, 몇 가지 예만 살펴보자.

 

우선, 앞서 말한 대로 고용안정이 보장되지 않는다. 협력업체 계약이 끝날 때마다 해고불안에 시달린다. 근로계약서는 지켜지지 않으며, 무단결근 3일은 무조건 해고처리라는 등의 불합리한 조건이 포함돼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평균 10시간에 달한다. 8시에 출근해 보통 저녁 8-9시까지 일한다. 토요일, 공휴일도 근무한다. 토요일도 저녁 8-9시까지 일해야 한다. 매달 1, 2번은 일요일에도 당직근무를 한다. 1주일 평균노동시간은 6-70시간, 월 평균 휴일은 2-3일에 그친다. 여름휴가는 3일뿐이다. 휴가비는 지급되지 않으며, 도급계약 기사들은 무급처리, 패널티 차감된다.

 

휴일근무를 강제하면서도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주지 않는다. 저녁근무에도 시간 외 수당이 적용되지 않는다. 연장근로, 야간근로에 대한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산재가 적용되지 않는다. 일을 하다 다쳐도 자비로 치료해야 한다. 인터넷·IPTV 설치는 전봇대에 오르고, 건물외벽에 매달려야 하는 고위험 업무다. 보호 장구는 개인이 마련해야 한다. 고객방문을 위해 이용하는 차량은 ‘자차’로 운영된다. 기름값, 주차범칙금도 기사들 몫이다. 업무에 사용되는 공구도 자비로 사야하며, 업무에 사용하는 스마트폰 비용도 개인부담이다. 노동자가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업무 실비만 한 달에 40만원에 달한다.

 

4. 그럼 SK와 LG가 설치수리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무엇인가?

 

설치수리 기사들은 “원청에게 받은 건 작업복과 명찰에 붙이는 SK와 LG 로고뿐”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명찰, 명함 비용도 기사들의 월급에서 차감하는 센터가 있다.) 대신, 상시적 업무지시를 내리고, 노동자를 관리, 감독하며 업무평가를 하여 등급을 매긴다.

 

5. 대부분의 가입자들은 방문 기사들을 SK와 LG의 직원으로 알고 서비스 상담 및 문의, 때로는 서비스 불만을 쏟아낸다. 그런데 SK기사가 SK직원이 아니라니 놀랍다. 사용자 책임을 인정하라는 설치수리 기사들의 요구에 SK와 LG는 어떤 입장인가?

 

기본적인 태도는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자신과 관계없는 협력업체 노사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사장단은 지난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면담에서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대승적 차원에서 빠른 결단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다. 협력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다단계 하도급을 해소해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2월 SK브로드밴드 사측과 2차 면담을 갖고 낸 보도자료에서 “사태가 이처럼 악화되고 있는 근본원인은 SK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K와 LG는 노조와의 직접교섭을 회피한 채 교섭은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에게, 책임은 협력업체에게 떠넘기며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6. 인터넷 설치수리 기사 문제와 방송의 공공성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IPTV(Btv, U+tv), 즉 방송사업자다. 방송은 일반 재화나 서비스보다 훨씬 강한 공공성이 요구된다. 방송사는 공적책임을 수행해야 할 의무가 누구보다 크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비정규직 양산에 앞장서는 것은 방송사의 공적책무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다.

 

작년 9월 기준 SK브로드밴드가 직접 고용하고 있는 노동자는 1,600여명이다. 행복센터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4,500여명에 달한다. 비정규직 비율이 70%를 넘는다. LG유플러스 역시 간접고용 비정규직 규모가 3천명에 이른다.

 

박근혜 대통령은 IPTV 등 유료방송을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사업으로 지목하고 소관 행정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했다. 미래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설명을 보면 창조경제의 최종 목표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사람이 핵심”이라는 구호도 등장한다. 다단계 하도급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과연 좋은 일자리인가? 굴지의 재벌대기업인 SK와 LG가 방송의 공적책임은커녕 사용자 책임마저 부정하는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7. 언론단체들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시청자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례가 있는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요구되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가입자인 시청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일이다.

 

지난해 12월 참여연대와 희망연대노조, 진짜사장나와라운동본부가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협력업체인 ㈜힘콤은 LG유플러스 휴대폰 이용자들이 작성한 가입신청서를 여직원휴게실에 아무런 보안장치도 없이 박스로 싸놓고 보관하고 이 가입자 정보를 불법적인 마케팅에 활용했다.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의 성북홈고객센터는 상품을 해지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폐기하지 않고 무더기로 보관했으며, 이를 불법적인 마케팅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SK브로드밴드는 설치수리 기사들에게 제3자 제공동의를 받아오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가입신청서의 제3자 동의 항목은 가입자의 ‘선택’ 사항이다. 이렇게 반강제로 확보한 개인정보는 “SK플래닛과 하나SK카드 영업을 위해 불법적으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행태는 전국적으로 확인됐는데, 원청(SK브로드밴드)의 지시나 암묵적인 강요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7-1. 정부 관계부처는 무얼 하고 있는가?

 

IPTV법은 “IPTV사업자는 서비스나 전기통신설비의 제공 과정에서 취득한 개별 이용자에 관한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취득한 개인 정보를 공개하여서는 안 된다”며 “이용자 정보의 부당한 제공으로 이용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정당한 배상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방통위가 가입자 정보를 불법 활용한 협력업체에게 내린 과징금이 고작 500만원이라고 한다. 솜방망이 처벌로 불법 개인정보 활용을 부추기는 꼴이다. 해당 협력업체 사장은 적반하장으로 개인정보 불법 활용 실태를 고발한 노조원들을 질타하며, 과징금을 월급에서 차감하겠다고 협박한다고 한다. 방통위의 요식적인 일처리가 부당행위를 고발한 노동자의 부담으로 되돌아온 꼴이다.

 

7-2. 상품을 해지한 가입자 정보를 2년, 3년씩이나 불법 보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객정보를 불법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인터넷이나 IPTV에 가입하면 보통 2년이나 3년 약정이 따라붙는다. SK나 LG를 쓰다가 해지한 가입자들에게 약정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재가입을 요구하기 위해 보관하는 것이다. 약정해지를 한두 달 남겨놓고 ‘SK브로드밴드로 전환하면 혜택을 많이 드리겠다’는 전화를 받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8. 유료방송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가입자인 시청자의 권리를 어떻게 훼손하는가?

 

방송콘텐츠의 공익성이 강조되는 지상파방송사나 PP와 달리 유료방송의 제1역무는 요금을 내고 가입한 시청자에게 안정적인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안정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핵심 업무인 설치·수리 업무를 통째로 외주화해 버렸다. 시청자가 서비스에 불만이 있어도 ‘진짜 사장’에게 책임을 묻을 수 없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유료방송의 제1역무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들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 하에 이중 삼중의 착취를 당하는 상황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시청자는 서비스에 대한 정확한 설명, 서비스의 적절성에 대한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설치 및 AS 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과도한 실적압박은 불필요한 상품가입을 초래한다. 모르면 ‘호갱’이 되기 일쑤다. 주로 노령층을 상대로 불필요한 상품가입을 유도하거나 고가상품을 권유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다단계 하도급은 시청자의 권리를 훼손한다.

 

8-1. 그래도 통신업체들이 결합판매(모바일+인터넷+iptv)를 통해 값싼 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가계지출에 도움을 주는 것 아닌가?

 

결합상품의 본질은 과열 출혈경쟁이다. 가입자 편익으로 여겨지는 경품, 현물, 보조금 등의 지급은 일시적인 혜택일 뿐, 통신비와 마찬가지로 약정 기간 동안 분할 납부해야 하는 요금을 미리 주는 것에 불과하다.

 

최근 통신3사는 “사실상 무료로 제공해오던 인터넷 설치비용을 가입자에게 전액 전가하는 방향으로 약관을 변경”했다.(이투데이, 3/4) 인터넷 신규 설치비는 2만원, 이사 등으로 인한 이전 설치비는 1만원이 부과된다. 이처럼 할인가격은 기업의 사정에 따라 언제든지 새로운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또한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가격할인은 결국 협력업체가 부담해야 할 비용의 증가를 의미한다. 출혈경쟁에 따른 손해가 협력업체에 전가된다. 그리고 협력업체의 부담은 다시 노동조건의 악화로 이어진다. 가격 할인이 당장은 혜택으로 보이지만 그에 따른 부담이 다단계 하도급을 거쳐 전가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서비스품질저하로 시청자에게 돌아온다.

 

요금할인이 방송서비스(IPTV)에 집중(‘결합하면 방송은 공짜’)되면서 콘텐츠 제작으로 돈이 돌지 않아 제작환경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양질의 콘텐츠가 제작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 역시 시청자의 몫이다.

 

9. 언론단체들이 유료방송 비정규직 투쟁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전체 시청자의 90%가 유료방송 가입자다. 지상파 직접수신율은 6.8%에 불과한 실정이다. 유료방송 설치 수리기사들이 거의 모든 시청자의 방송수신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방송 시청권과 직접 맞닿아 있는 사안이다.

 

유료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오랜 기간 누적된 구조적 모순이 폭발한 것이다. 지난해 티브로드를 시작으로 씨앤앰,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까지 연이어 장기투쟁이 발생했다. 나머지 유료방송사도 모두 비슷한 상황이다.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고서는 유료방송의 공공성을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방송3사’라는 오래된 관용어가 있다. 지상파 3사가 곧 방송사로 여겨지던 시대가 있었다. ‘방송3사’에는 시청자를 대신해 사측을 감시, 비판하는 노동조합, 각 직능협회 등이 존재한다. 지상파 방송에는 시청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법제도적인 장치들도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예로 시청자위원회를 들 수 있다. 지상파 방송에 대한 시청자단체, 언론시민단체들의 활동도 활발하다.

 

반면, 유료방송은 사업자를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이 미약하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케이블방송은 그나마 낫다. 지역기반 없이 전국 단위로 사업을 하는 IPTV는 더욱 취약하다. 특히, IPTV 3사는 이통사를 끼고 있는 굴지의 재벌·대기업들이다. 사업자의 힘이 더 막강하다. IPTV 가입자는 이미 1000만명을 돌파했고,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주무부처인 미래부와 방통위는 사업자의 이해관계에만 매몰되어 유료방송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 시청자가 재벌대기업, 거대 미디어그룹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감시·통제하는 데 있어 유료방송 노동자와 시청자의 연대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됐다.

 

10. 앞으로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우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20미터 광고탑에 올라간 두 명의 노동자들을 무사히 내려오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언론시민단체들은 미래부와 방통위에 SK-LG사태에 관한 공식 실태조사를 실시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빠른 시일 내에 실태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미래부와 방통위를 압박해나갈 것이다. 국회 대응도 계획 중이다. 이달 중으로 유료방송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및 개인정보 불법 활용 실태를 바로 잡기 위한 대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유료방송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특히, 유료방송에 적합한 재허가 심사기준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의 하도급 상황을 반영하여 협력업체 및 비정규직 운영 실태를 심사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 아울러 핵심 업무의 외주화 금지, 다단계 하도급 해소를 승인조건으로 부과함으로써 유료방송의 공적책무를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

 

전체 시청자의 90%를 차지하는 유료방송 가입자의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도 적극 모색할 것이다. 무엇보다 거대 방송사업자의 갑질 횡포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유료방송 노동자-시청자 연대’를 조직하는데 집중할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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