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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구자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규칙안에 대한 언론연대 의견서

by PCMR 2015. 10. 21.

 

20151021[언론연대의견서]명예훼손심의규정개정안.pdf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규칙안에 대한 언론연대 의견서

 

 

201510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안(이하 개정안)을 입안 예고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이 개정안에 반대하며, 아래와 같이 의견서를 제출한다.

 

1. 개정할 이유도, 합리적 근거도 없다.

 

방심위는 명예훼손 등 일부 권리침해 정보에 대한 심의신청 자격의 제한규정 개정을 통해 권리구제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용자의 권익을 제고하겠다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명예훼손 여부에 대한 판단은 당사자의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제3자나 국가행정기구가 쉽게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나아가 명예훼손의 성립 여부는 고도의 법률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데, 법률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고, 수사권도 없는 방심위가 제3자의 신청만으로 명예훼손 심의를 확대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또한 제3자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심의신청을 할 경우 오히려 당사자의 권익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일단 당사자가 문제 삼기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른 구제절차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심의절차가 개시되거나 이로 인해 해당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방심위는 성행위, 몰카 동영상 등의 규제 효율성을 개정 근거로 새롭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제3자가 자신이 누군가의 성행위 동영상을 봤다고 공개하며, 행정기관인 방심위에 명예훼손 심의 요청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런 동영상의 경우 현행 규정상 제3자의 신청이 없이도 불법정보’(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 촬영·유포죄등)로 분류하여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이는 개정의 근거가 될 수 없다.

 

현행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반의사불벌 규정도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명예훼손 반의사불벌죄는 국제적으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현행 통신심의제도 역시 정부행정기관에 의한 인터넷 내용심의는 위헌의 소지가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언론연대는 방심위가 최소심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특히 명예훼손과 같이 불명확하고 사적인 문제에 개입할 때는 최소심의원칙이 아주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피해자의 신고도 없이 제3자의 신청 또는 방심위 직권으로 명예훼손 심의를 하겠다는 것은 이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당사자 신청이 어려운 경우, 현행 규정으로도 대리인 신청이 가능하고, 방심위 조치 외에도 임시조치, 민형사상 소송 등 다른 구제절차들이 있어 명예훼손에 대한 구제가 미흡하다고 보기 어렵다. 방심위는 개정안을 강행하기에 앞서 개정이 불가피한 설득력 있는 이유를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2.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

 

개정안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공익은 불분명한 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

 

3자 신고가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정치인, 재벌·기업가 등 자발적인 지지·비호세력을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 권력층에 집중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대해 박효종 위원장은 공인의 경우 법원의 유죄 판결이 내려진 때에만 제3자 신고 및 직권 심의를 하겠다고 보완책을 밝혔다. 권력층에 의한 남용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박효종 위원장이 제시한 대안은 실효성이 없어 해결책이 될 수 없다.

 

(1) 방심위는 입안예고안에서 관련 내용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박효종 위원장은 자신의 약속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을 제쳐두고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위원장의 약속이든, 속기록에 남기는 방안이든 심의규정에 명시하지 않는 한 언제든지 심의기준은 바뀔 수 있다.

 

(2) 심의규정에 명문화한다 해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일단, 공인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분명하다. ‘공인이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정치인, 기업인을 말하는 것인지, 종교지도자, 연예인 등의 유명인, 대학교수 등을 포함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고위 공직자의 가족이나 친지, 그와 연관된 사인의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다.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자의적인 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

 

(3)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표현이 무엇인지도 애매하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해당 표현물만 처리할 것이라면 굳이 제3자의 신고절차가 필요 없다. 명예훼손으로 소송까지 제기한 당사자가 해당 표현물의 삭제요청을 마다할 리 없기 때문이다. 3자 고발로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문제는 표현물의 범위를 확대 적용하는 경우이다. 단지 관련성이 있거나 일부 내용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대량의 신고가 접수되고 이를 모두 삭제한다면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야기될 것이다.

 

(4) 이와 관련해 제3자의 심의 신청 범위도 문제가 된다. 예를 들어, 3자가 특정 재판 결과를 들어 이와 조금이라도 관련되거나 해당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게시물까지 일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신청이 성립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

 

(5) 방심위의 직권 심의 역시 마찬가지다. 방심위 논리대로라면 방심위는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 유죄가 나온 모든 재판결과를 확인하여 관련 인터넷 게시물을 뒤져야 한다. 똑같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어떤 게시물은 직권으로 삭제처리하고, 어떤 게시물은 직권으로 그냥 놔둔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6) 방심위는 이러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해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내놓지 않는 한 박효종 위원장의 제안은 남용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지책이 될 수 없다.

 

3. 결론적으로, 이번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일부 개정안은 개정의 필요성이 없고, 합리적 개정사유가 제시된 바 없으며, 박효종 위원장이 제시한 대안 역시 실효성이 없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반대하고 있고, 200인이 넘는 법률가가 철회할 것을 주장하였으며, 1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반대서명에 동참했다. 박효종 위원장은 이번 개정안을 사회적 합의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그 약속에 따라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요청한다. (끝)

 

20151021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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