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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의견서] TV조선, JTBC, 채널 A 고발 관련 의견서

by PCMR 2013. 9. 9.

TV조선, JTBC, 채널 A 고발 관련 의견서

 

고발 취지 : 방송법 4조 4항 위반

“ ④종합편성 또는 보도에 관한 전문편성을 행하는 방송사업자는 방송프로그램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고 이를 공표하여야 한다.”

조중동 종합 편성채널 방송 사업자는 지난해 12월 1일 합동 개국식을 시작으로 방송을 시작하였습니다.

현행 방송법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게 종편 채널을 전국 권역으로 의무송신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종편 채널은 시장진입과 동시에 국민 80% 이상이 시청할 수 있는 전국 단일방송 지위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의무송신 지위는 지상파 방송 가운데서도 KBS 1TV와 교육방송(EBS)만 대상이고, KBS 2TV와 MBC, SBS는 제외되어 있습니다. 종편 채널이 누리는 법적 지위와 공적혜택이 얼마나 큰 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공적혜택에는 공적규제와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방송법이 정하고 있는 사업자의 의무를 완비하고 방송을 개시하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러나 조중동 종편채널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졸속으로 개국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잇단 방송사고와 부실편성으로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우리 단체가 고발한 ‘방송편성규약’ 미비 등 방송법 위반 사례도 졸속 개국을 하면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① ‘제작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개국 이후가 아니라 개국 이전에 편성규약을 마련해야 합니다.

우리 단체가 고발한 부분은 방송법 4조 4항 위반입니다. 종편 채널은 ‘방송 편성 규약’을 제정하고 공표해야한다는 의무 조항입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이유는 취재 및 제작 과정에서 회사 및 경영진으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거나 양심에 반하는 제작을 강요받지 않도록 하여 방송 종사자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법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편성규약은 개국 전에 만들어져야 합니다. ‘개국’ 전에도 이미 제작 종사자의 제작행위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국 전에는 제작된 프로그램이 송출에 이르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아무리 늦어도 개국 시점까지는 편성규약을 제정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②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제정해야 합니다.

편성규약 제정의 과정과 절차도 지켜져야 합니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는 취재 및 제작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방송 편성규약을 제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단체가 종편 채널 3사에 편성규약 제정 여부를 확인했을 때, 상담직원은 물론 편성부서 간부조차 ‘편성규약’의 존재여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심지어 ‘편성규약’이 무엇인지 모르는 곳도 있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에는 취재 및 제작 종사자를 대표하는 기구로 노동조합과 직종별 협회(기자협회, PD협회, 기술인협회, 아나운서 협회 등)가 존재합니다. 지상파 3사의 경우, 편성규약의 종사자측 합의주체가 노동조합입니다. 그러나 조선, 중앙, 동아 종편 3사에는 아직 이런 종사자 대표조직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에 문의하여 확인함.) 이들 방송사가 개국 이후 황급히 내놓은 편성규약을 보면 종사자측 제정의 주체가 누구인지 불분명하며, 향후 운영될 편성위원회 구성주체도 ‘본부별 민주적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선정한다’는 식으로 매우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편성규약이 사업자측 일방에 의해서가 아니라 종사자의 의견을 들어 제정되었는지 불분명합니다.

이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편성규약을 제정할 당시 누가 본부별 종사자 대표로 참여하였고, 그 대표는 어떻게 선정되었는지 확인하면 될 일입니다. 또한 정상적인 과정을 밟았다면 사측 책임자와 종사자측 대표자가 편성규약을 제정하기 위해 진행한 협상과정의 기록이 남아있을 것입니다.

종사자들의 의견수렴 여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또한 중요합니다. 편성규약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사측과 종사자측의 의견이 대립하여 편성규약 제정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개국 시점에 맞춰 편성규약을 공표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편 3사의 편성규약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③ 종편 3사의 편성규약은 검찰 고발에 놀라 급조해 만들어 진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1일 TV조선, JTBC, 채널 A가 편성규약을 공표했는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봤으나, 게재된 게 없었습니다. 편성규약 제정 여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12월 5일(월요일) 3개 방송사 모두 대표 전화, 대외협력 전담 부서, 홍보실에 전화를 해서 문의했습니다. 편성규약에 대해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12월 6일(화요일)부터 8일(목요일)까지 추가로 담당부서와 담당자에게 확인하기 위해 TV조선은 홍보실, 기획팀, 편성실로 확인을 했고, 채널 A는 인사총무팀, 경영계획팀, 총무팀, 편성팀, 시청자위원회, 담당 기자까지 확인을 했고, JTBC는 홍보실, 시청자 정책 심의실, 편성기획팀 담당자까지 계속 전화를 통해 편성규약 제정여부와 공표 여부를 문의 했습니다.

문의 초기에는 TV 조선, JTBC, 채널 A, 세 방송사 구성원 그 누구도 ‘편성규약’이 뭐냐며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편성부서 담당자는 ‘편성규약’을 물어봤는데도 ‘편성표’는 포털을 검색하면 나온다고 말하는 등 편성규약 제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편성규약을 보고 싶다는 요청에도 TV조선, JTBC, 채널 A 그 어디에서도 보내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단체는 TV조선, JTBC, 채널 A가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한 것입니다.

우리 단체에서 12월 9일 고발한 이후 TV조선, JTBC, 채널 A는 급하게 ‘편성규약’을 게시했습니다. 일주일 간 아무리 요청해도 확인할 수 없던 편성규약이 검찰에 고발장이 접수되자마자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일지]

12월 1일 종편 개국

12월 5일-8일 편성규약 제정 및 공표여부 문의 및 확인

12월 8일 언론연대, 종편고발 예고 보도자료 배포

12월 9일 검찰 고발장 접수, TV조선 홈페이지에 편성규약 공표

12월12일 JTBC 홈페이지에 편성규약 공표

12월22일 채널A 홈페이지에 편성규약 공표

고발장이 접수된 지 사흘만인 12월 12일 JTBC는 홈페이지에 편성규약을 공표하였습니다. 방송법 위반을 의식해 별표(※)까지 달아 ‘12월 1일 제정’을 강조하였습니다. 해당 방송사들도 개국 시점에 편성규약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JTBC가 공표한 편성규약은 KBS와 SBS의 편성규약을 이것저것 짜깁기해서 그대로 베껴온 것입니다. 각 방송사마다 편성규약에 유사점이 있기도 하지만 JTBC처럼 다른 규약을 그대로 빼다 박은 경우는 없습니다.

TV조선 또한 우리 단체가 고발한 12월 9일에 맞춰 편성규약을 홈페이지에 게시하였습니다. 이들은 시행일을 11월 25일로 명기했습니다. 개국 전에 편성규약을 마련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목에서도 해당 방송사가 법의 취지를 개국 전 제정, 공표로 이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이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당연한 것입니다.

채널 A는 12월 22일 홈페이지에 게시하면서 시행일도 12월 22일이라 명기하였습니다. 채널 A는 다른 방송사들과 달리 개국 전 미비 사실을 인정하고, 편성규약을 추후 제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정황을 볼 때 TV조선, JTBC, 채널A의 편성규약은 개국 전부터 논의되어 마련된 것이 아니라 개국 이후까지 방치되어 오던 중 시민단체 등의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검찰 고발이 접수되자 급조한 혐의가 짙습니다.

이는 방송법 4조 4항의 취지를 현저히 위반하는 것입니다. 특히, 방송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졸속으로 편성규약을 만들어 개국전 제정한 것으로 둔갑시켰다면 더욱 악질적인 범죄입니다.

④ 방송법 4조는 방송법의 정신을 담은 핵심조항입니다.

마지막으로 종편 3사의 편성규약 미비가 얼마나 공적규제를 무시하고,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것인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이번에 고발한 종편 사업자 중 TV조선과 JTBC의 승인일은 2011년 3월 30일입니다. 채널A는 4월 20일에 승인장을 받았습니다. 이들 사업자들은 그로부터 3-4개월 전인 2010년 12월 31일에 이미 신규 종편사업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적게는 7개월, 많게는 11개월까지 개국 준비기간이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방송법에서 의무로 정하고 있는 편성규약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국을 강행한 것은 더욱더 무책임한 일입니다. 법규 따위는 무시하고 일단 시작부터 하고나서 보자는 식의 생각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더군다나 이들 사업자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12월 1일 개국은 방통위가 정한 개국시한도 아닙니다. 방통위가 정한 시한은 승인장 교부 후 1년이었습니다. 결국 이들 방송사들은 개국시한이 아직 4-5개월이나 남아있는 상황에서 법규도 준수하지 않은 채 개국을 강행하였고, 시민사회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반성하고 개선하기는커녕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죄질이 나빠도 너무 나쁜 경우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방송법에는 많은 벌칙조항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징역형을 부과하는 것은 겨우 9가지 경우에 불과합니다. 이 중에서도 허가나 승인, 소유지분제한, 시정명령 위반 등을 다루는 벌칙조항 외에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직접 다루는 조항은 2가지에 불과합니다. 제105조 1. 제4조제2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편성에 관하여 규제나 간섭을 한 자, 제106조 1. 제4조제4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하지 아니하거나 공표하지 아니한 자.

방송법 4조 위반에 대해 이렇게 엄격한 벌칙조항을 만들어놓은 취지를 깊게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방송법 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는 조항으로 방송법의 핵심정신을 담고 있는 조항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의무로 규정한 것이 편성규약의 제정과 공표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공적혜택에는 공적규제와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 합니다. 방송법이 정하고 있는 사업자의 의무를 완비하고 방송을 개시하는 것은 최소한의 책임 중 하나일 것입니다. 법의 내용과 취지를 보더라도 해당 종편방송사들은 방송법을 명백히 위반하였습니다. 부디 검찰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방송법 취지에 맞게 제대로 수사해주길 기대합니다. 공정하고 신속한 수사를 당부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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