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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심위는 남북정상회담 취재에 관한 부당한 관여를 중단하라

by PCMR 2018. 4. 26.

 

[논평]

방심위는 남북정상회담 취재에 관한

부당한 관여를 중단하라

- 언론의 취재·보도에 대한 사전 개입은 월권이다 -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방송사의 오보(誤報)를 우려한다<취재·보도 시 유의사항>을 발표했다. 유의사항만 발표한 게 아니라 특별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방심위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취재에 관여한단 말인가? 방심위는 보도 결과를 사후에 심의하는 기구일 뿐 보도의 사전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아무런 권한도 없다. 이는 명백한 월권이다.

 

발표내용은 어처구니가 없다. 방심위는 취재진만 3,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남북정상회담 보도를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근거사례로 드루킹 사건을 제시했다. 여기서 드루킹 사건을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최근 방심위가 심의한 드루킹 사건 보도 중에 오보로 밝혀져 법정제재를 받은 사례부터 제시하기 바란다. 심의를 하기도 전에 특정사안의 보도에 관하여 연이어 발생한 오보 논란운운하며 낙인찍기를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설마 드루킹 보도 중에 오보가 많으니 주의하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가?

 

방심위가 발표한 이른바 <방송사가 유의해야 할 사항>은 부적절하다. 방심위는 심의규정 14(객관성)를 들어 객관적 보도를 위해서는 구체적 자료에 근거한 정보중심의 보도가 필요하며 국가기관의 공식발표를 토대로 보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직접 취재하여 보도하는 경우에도 확인되지 않은 취재원의 발언 또는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거나 이를 근거로 추측 보도를 해서는 안 되며, 하나의 출처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지양해야한다며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어느 하나 <방송심의규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자의적인 내용들이다. 마치 정부의 공식발표에 근거하지 않는 보도에는 매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심의하겠다는 압박성 발언으로 들리기에 충분하다. 이런 요구는 언론에게 위축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방심위가 유의사항을 권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기준으로 남북정상회담 보도에 대한 특별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대목이다. 이전에도 방심위가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한 적이 있지만 그것은 다수의 민원과 시청자 여론에 따른 사후적 성격의 심의였다. 예컨대 막말방송과 저품격(일명 막장)드라마가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특정한 사안에 관하여 사건이 일어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특별 모니터링을 하겠다고 예고한 것이다.

 

방심위는 현재 여야 63으로 정부여당 추천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방송사에 법정제재를 취할 수 있고, 법정제재는 재허가·승인심사에 반영된다. 더군다나 일부 방송사의 경우 방심위가 제시한 14(객관성)를 포함한 일부 규정을 위반하여 5회이상 법정제재를 받을 경우 승인을 취소하는 조건이 부과되어 있다. 방송 재승인 취소의 고삐를 방심위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심위의 남북정상회담 취재·보도 시 유의사항발표 및 특별 모니터링실시 예고가 방송의 독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는 자명한 일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가 달린 남북정상회담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언론의 역할과 책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방송 언론이 스스로 해내야 할 책무의 영역이지 방심위가 나서 관여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어제 국경없는기자회는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며 한국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과 함께 언론자유의 어두웠던 10년이 끝났다. 10년의 후퇴 뒤 눈에 띄는 개선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방심위는 어두웠던 10간 한국의 언론자유를 후퇴시킨 대표적 기구 중에 하나이다. 반성과 성찰이 부족했던 것일까? 왜 다시 퇴행하려 하는가? 방심위는 언론자유에 관한 부당한 관여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2018426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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