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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의견서 및 간담회 요청 건] 장애인 방송접근권은 재난방송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by PCMR 2019. 4. 23.

[의견서 및 간담회 요청 건]

장애인 방송접근권은 재난방송에만 필요한 게 아닙니다

: 청각장애인들의 지상파 메인 뉴스 볼 권리 보장돼야

 

강원도 산불 재난방송에서 장애인들의 접근권이 보장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산불 피해지역 및 부근에 사는 청각장애인들은 재난방송보다는 지인들이 연락을 통해 대피하는 일들도 벌어졌다고 한다.

 

민중당 김종훈 의원실에 따르면,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인 KBS는 화재 다음 날인 5일 오전 8시에 수어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MBC는 오전 830, SBS는 오전 950분부터 제공됐습니다. 이렇듯 지상파 방송사 중 4일 수어통역이 제공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 밖에도 재난방송의 의무를 지고 있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전문채널 TV조선(657), JTBC(659), MBN(7), 채널A(920), YTN(11), 연합뉴스TV(11)에 본격적인 수어방송이 지원됐습니다.

 

4일 강원도 산불로 인한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등 급박한 순간 청각장애인들에게 제대로 된 재난방송이 제공되지 못한 것입니다.

 

 

강원도 화재 재난방송의 총체적 난국,

재난방송에 수어방송없었던 것에 온 국민이 우려했다

 

강원 화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시각, 장애인들은 재난방송이 아닌 다른 방법을 찾아 화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상황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두 공중파 방송국은 재난 속보에 수어통역을 지원하십시오라고 긴급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국가적 재난방송에서마저 장애인들이 배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방송사들은 재난방송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지 못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수어방송 등 장애인방송이 즉각적으로 제공될 수 없었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재난방송 수어통역, 화면해설 등 미제공한 지상파 방송사(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KBSMBC·SBS)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차별진정을 낸 이유입니다.

 

이 같은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치권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방송사, 특히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KBS)가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는 정보 제공자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국민들에게 재난 상황에 대해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려주면서 국민과 재난 지역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상세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질책했습니다. 또한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계층이나 외국인까지도 누구나 재난방송을 통해 행동요령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재난방송 매뉴얼을 비롯해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강원도 산불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아쉬워한 것 중 하나가 재난방송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사가 함께 노력해 재난방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러자 KBS 양승동 사장은 10일 아침회의에서 “(본사 재난방송이)국민 눈높이에 미흡했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전반적인 시스템을 점검하고 재정비하자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장애인과 노약자, 외국인들이 KBS 재난방송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매뉴얼을 보강하고 시스템을 강화함은 물론 모의 방송도 충분히 해 골든타임에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밝혔습니다. KBS<재난방송 개선 TF>를 설치하고 재난방송 체계 전면 재점검 재난방송 매뉴얼대폭 개선 및 보완, 재난방송센터 인력과 장비 보강, 피해 예방 중심의 정보 제공, 재난방송 체계 강화, 수시 모의 훈련 실시, 디지털모바일 부분의 재난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 수어 방송 실시 등 다각적 보완 방안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국회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습니다. 재난방송을 하는 방송사업자들이 준수해야할 사항으로 안전취약계층에게 대피구조복구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수어통역 등의 방식 도입을 적시한 것이 주요한 내용입니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국가적 재난에 있어서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해왔습니다. 장애인권 활동가 및 단체들은 한국사회에서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만일, 그들의 이야기에 우리 사회가 조금 더 귀를 기울였다면 달라졌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재난방송 부실 문제가 사회 공론장에서 논의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지는 지금의 모습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입장입니다.

 

우리 단체들은 재난방송의 장애인 접근권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재난방송에서 수어통역·화면해설·자막방송 의무실시 지침 마련, 방송사의 수어통역·화면해설 실시 및 전문인 인력풀 구성, 행정안전부의 수어 브리핑 및 홈페이지를 통한 수어브리핑 자료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귀 위원회의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재난방송에서만 수어 제공하면 된다?

전체적인 장애인의 방송접근권 문제로 바라봐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의과정에서 한 가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논의가 재난방송에만 국한돼 있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우리 단체들은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에 대해 정부가 폭넓게 살펴봐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 지상파 3(KBS, MBC, SBS) 메인뉴스에는 적어도 수어방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단체들은 앞서 314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메인 종합뉴스 <뉴스9>에 수어방송을 제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었습니다. 그와 관련해 KBSTV화면의 제약성으로 인해 수어방송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수어 방송은 수어 방송의 위치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고 수어 수신 여부도 시청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아직 IPTV 등 유료방송에서만 가능한 기술이다, UHD 초고화질 방송이 안착되면 지상파 직접 수신을 통해 스마트 수어 방송 등 장애인 편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는 답변한 바 있습니다.

 

우리단체들은 크게 실망했습니다. KBS검토하겠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도 아닌, 지상파에서 구현도 되지 않는 스마트방송 운운하며 사실상 안한다라고 답했기 때문입니다.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라면 적어도 소통하며 방안을 찾아보자라고 했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입니다. 만일, KBS에서 메인뉴스에 수어통역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더라면 어쩌면 이번 강원 화재에서도 긴급하게 대응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저녁종합뉴스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회, 경제, 문화, 국제 등 전 분야에서 발생한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그 첫 번째 목적일 것입니다. 방송사들이 사회통합을 위해 수행하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현재 한글자막을 읽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비단, 장애인들만의 문제도 아닐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단체들은 공영방송 종합뉴스는 다중언어서비스를 제공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방송접근권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어 제공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할 문제입니다. <한국수화언어법>에서는 수어를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KBS <뉴스9>에서 수어를 제공하는 것은 방송사의 선택이 아닌 의무여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장애벽허물기 등 장애인단체 회원 및 청각장애인들은 국가인권위원회에 이 문제를 두고 차별 진정을 한 상태입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서를 접수해 지상파 메인뉴스에 수어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6(필수지정사업자의 장애인방송 편성비율 목표치)는 장애인방송과 관련해 자막방송 100%, 화면해설방송 10%, 수화통역방송 5%에 해당하는 장애인방송물을 제작·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우리 단체들의 판단입니다.

 

장애벽허물기 등 장애인단체 회원 및 청각장애인들은 KBS·MBC·SBS 지상파 3사 메인뉴스의 수어통역방송 제공 및 수어통역 비율을 단계적 30%까지 확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장애인방송 편성을 비율로 제한한 현행 고시는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위해 명백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장애인 방송 관련 규정에 대한 개혁 권한을 가지고 있는 부처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10일 재난방송 매뉴얼과 시스템을 개선한다고 밝혔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의 역할과 책임, 피해·구조 중심의 재난방송으로의 전환, 수어통역 및 외국인 정보제공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반드시 필요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방통위 역시 재난방송에만 국한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방통위는 한국사회의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정부부처로서 그 책무가 막중한 상황입니다. ‘장애인방송의 확대 역시 방통위의 권한 안에 있는 상황입니다. 방통위는 <방송법> 69(방송프로그램의 편성등)에 따라 방송사의 장애인방송에 필요한 경비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9>에서 수어 등 장애인방송을 전격적으로 도입한다고 했을 때, 방통위 차원에서 예상되는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방송법 시행령> 52(장애인의 시청지원)은 방통위가 방송통신위원회규칙으로 정한 방송프로그램은 장애인방송을 해야 하도록 적시하고 있습니다. 현행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규칙> 16(장애인의 시청 지원)정부정책발표 등 국민적 관심도가 크다고 판단되는 방송프로그램’, ‘장애인시청자의 정보접근에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방송통신위원회가 요청하는 방송프로그램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방통위가 시행규칙 하나만 변경해도 수어방송 제공이 가능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방통위는 무엇보다 <장애인방송 편성 및 제공 등 장애인 방송접근권 보장에 관한 고시> 개정 권한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현행 자막방송 100%, 화면해설방송 10%, 수화통역방송 5%로 규정돼 있는 장애인방송에 대해서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부처라는 뜻입니다. 실제, 방통위는 지난 1월 이미 한 차례 해당 고시를 개정해 화면해설방송 의무 편성 비율 중 재방송 비율을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등 장애인의 방송접근권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 산불 재난방송을 비롯한 여러 가지 사안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장애인 방송접근권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방통위가 보다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봐야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사들은 수어통역 요구에 비장애인들의 시청권을 근거로 어렵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단체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난 강원 산불 재난방송에서 수어가 제공되지 않은 사실에 다수의 국민들이 보여준 우려와 걱정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우리 단체들은 비장애인들 역시 KBS 종합뉴스 <뉴스9> 등 적어도 지상파 메인뉴스에서 수어방송이 제공되어야한다는 주장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내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방통위가 전체 방송정책을 관장하고 있는 만큼 한국사회 내 장애인 방송접근권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주시기 바랍니다. 2019년 오늘,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를 통해 지상파 종합뉴스를 볼 권리는 무시당해야 하는 건가요? 이제 방통위가 답할 차례입니다.

 

우리 단체들은 강원 재난방송의 총체적 부실 및 장애인 방송접근권 관련 방통위에 간담회를 요청합니다. 오는 52(/2주 후)까지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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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세상을향한연대,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에이블업, 열린네트워크 서울지부, 원심회, 자립생활지원센터WITH,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프리에이드, 한국농아인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연맹(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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