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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언론의 신뢰회복과 시민의 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6가지 제안

by PCMR 2021. 2. 17.

20210217[논평]피해구제6가지제안.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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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언론의 신뢰회복과 시민의 피해구제 강화를 위한 6가지 제안

 

민주당이 추진하는 6개 언론법안에는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허나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고, 피해구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에는 조금도 이견이 없다. 이는 시민이 요구하는 언론개혁의 과제이며, 나락으로 떨어진 언론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해법이다.

 

그러나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식에 기대 언론개혁을 온전히 성취할 수 없다. 시민의 불신에 눈 감은 채 언론의 자유만 되풀이 하는 행태는 언론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정부와 국회, 언론과 시민사회 4주체가 제 역할을 다하는 가운데 권리의 균형을 이루고, 공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때 비로소 언론개혁에 다가갈 수 있다. 언론개혁은 정부, 국회, 언론, 시민의 공동과제이자 책무이다.

 

이에 언론연대는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의 피해구제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아래 6가지를 제안한다. ‘가짜뉴스처벌 vs 언론장악이란 이분법적 갈등과 정쟁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할 수 있는 실질적인 논의에 나설 것을 정부와 국회, 언론에 촉구한다.

 

첫째, 언론피해자의 위자료를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명예훼손 형사처벌 등 이미 존재하는 광범위한 처벌규정에 징벌적 제재를 추가함으로써 과도한 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인이나 공적사안에 대한 보도를 가로막는 데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미비하다. 언론피해구제를 위한 민생법안이라 말하지만 소송비용이 증가하고, 심사기준이 엄격해져 일반 시민이나 사회 약자의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문제는 언론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법원이 인용하는 위자료가 지나치게 적어 실질적인 피해구제에 이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법원도 우리나라의 위자료 인정액이 법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 국가 경제규모, 해외 판례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된다는 점을 인식하여, 지난 2016년 위자료를 현실화하기 위한 새로운 산정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명예훼손의 기준금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허위사실을 이용하여 악의적·영리적 목적으로 불법을 저지른 경우 2억 원의 가중금액을 기준으로 초과가중까지 할 수 있다.

 

이처럼 사법부도 구체적인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만큼 위자료의 현실화를 목표로 논의한다면 합리적인 결론에 합의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민주당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도 배상액의 상한을 3배로 정하는 배수제로 징벌적 효과보다는 피해 보상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방법론의 차이는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좁힐 수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사법부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와 법리적 검토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언론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자율규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언론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찬성하는 압도적인 시민 여론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간 독자의 권리보호에 소홀하고, 뉴스품질에 대한 시민의 불만을 존중하지 않았다. 독자권익위원회와 고충처리인과 같은 법적장치들도 형식적인 운영에 머물렀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권리침해 이슈에 대한 고민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앞으로도 이런 상태에 머문다면 법적처벌을 강화하라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언론단체들은 언론불신이 보수와 진보, 신문과 방송, 경영인과 노동자의 차이를 넘어서는 언론 전체의 과제라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변화를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시민과 동떨어진 자율기구의 전면 개편, 독자가 참여하는 권리구제 기구와 공동규제 시스템 도입 등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자율적 피해구제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개별 언론사든, 협회든 누구라도 자정노력에 나선다면 언론시민단체도 적극 동참할 것이다.

 

셋째, 시청자권익보호제도를 정비하자.

 

방송언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행 방송법제는 시청자권익보호를 위해 시청자위원회, 시청자평가원, 시청자평가프로그램, 내용불만을 처리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리침해를 심의하는 시청자권익보호위원회 등 수많은 제도를 운영하도록 정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 여기에 고충처리인 제도,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규율까지 받아 양적으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시민의 만족도는 매우 낮다. 오히려 체계 없이 중복적인 장치를 가동함에 따라 발생하는 혼선과 책임전가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시청자미디어재단 내에 시청자권익전담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옥상옥이 우려된다. 미디어환경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은 산업 진흥과 규제 정책만이 아니다. 시청자권익보호제도 역시 시민의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에 맞춰 재설계해야 한다. 방통위는 현행 시청자권익제도를 재검토하여 문제점을 해소하고, 디지털 미디어환경에 맞는 새로운 시청자권익보호제도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넷째, 여성·아동 폭력범죄 보도에 따른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자.

 

언론피해구제에 있어 시급히 논의해야 할 사안은 성폭력, 아동학대 범죄 보도에 따른 2차 피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피해자의 신원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나 사생활의 비밀을 보도하여 온라인을 통해 2차 피해를 확산하는 경우 신속한 피해구제의 필요성이 크다. 여성·아동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로서 법적보호 장치를 더욱 두텁게 조성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미투(MeToo)를 통해 성폭력을 고발한 자나 이를 보도한 언론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악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률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링크삭제청구, 댓글차단과 같은 신속구제방안은 아동인권, 젠더적 관점에 기초하여 예외적으로 그 필요성을 검토해야 한다.

 

다섯째, 언론정책, 심의, 피해구제 기구 및 공영언론에서 성 평등 참여를 보장하라.

 

사후적인 처벌이나 피해구제만으로는 2차 피해를 예방하는데 한계가 있다. 범죄보도에서 나타나는 인권침해 및 선정보도 관행을 사전에 제어할 수 있는 장치들을 언론사와 언론기구 내에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언론정책 결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늘리고, 성평등·인권 이슈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조치는 언론에 의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이 될 것이다.

 

이에 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공영방송사 이사 임명 시 특정 성()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권고는 언론진흥재단, 뉴스통신진흥회, 시청자미디어재단 등 공적 언론기구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피해구제기구인 언론중재위도 여성 중재위원을 대폭 증원하고,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범죄보도 등에 대한 전담 중재부 신설 및 자문위원회 설치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여섯째, 허위표현 처벌에서 혐오표현 대응으로 국가정책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른바 가짜뉴스의 폐해는 단지 허위가 아니라 허위를 통해 특정한 속성이나 집단에 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혐오표현으로 인해 야기된다. 혐오표현은 공격 대상자를 침묵시켜 소수자의 표현을 봉쇄하고, 공적토론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하여 민주주의를 왜곡하는 해악을 초래한다. 이에 해외각국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소수자 보호와 같이 특별히 보호해야 할 사회적 법익을 도출하여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명예훼손, 모욕 등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는 처벌제도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데 반해 이주자’, ‘난민’, ‘성소수자등 소수자 집단에 대한 보호는 사실상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정부여당은 사회갈등을 야기하는 무리한 입법시도를 중단하고, 혐오표현에 대한 공동체적 대응을 통해 사회통합과 포용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언론 및 표현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

 

2021217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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