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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기자회견문] 표현의 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다.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by PCMR 2024. 3. 19.

[기자회견문]

표현의 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다.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대한민국 헌법 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 오늘 우리는 서울에서 개막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즈음하여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위기의 실상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윤석열 정부가 표현의 자유 탄압을 중단할 것을 엄중히 요청한다.

 

윤석열 정부는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지도자와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았을 때 민주주의가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서는 민주화를 통해 발전시켜 온 언론·출판·집회·시위의 자유가 검열·허가·탄압·금지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에 동조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의사표현을 봉쇄하기 위해 언론인에게 법적 괴롭힘을 가하고, 집회를 사전금지, 강제해산하며 시민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는 폭력마저 마다하지 않는다. 정부 비판 표현을 인터넷에서 차단하고, 공공정보를 비공개, 삭제하여 시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감사와 수사권을 동원하여 미디어 기관과 공영방송의 주요 인사들을 쫓아내고, 친정부 인사로 교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KBS사장은 메인뉴스 앵커와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하차시키고, 주요 프로그램을 예고 없이 폐지했다. 세월호 참사 10주기에 맞춘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시켰다.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다. 이 정부는 공적 지분을 매각하여 독립적인 보도채널을 무자격 기업에게 넘겼다. 수신료, 정부 광고, 지자체 출연금 등 공적 재원을 도구화하여 언론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압박했다. 모두가 언론장악을 위한 것이다.

 

언론인에 대한 강제수사와 법적 괴롭힘도 강화했다. 검찰은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구성했다. 수사팀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재직 당시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와 기자의 자택을 수차례나 압수수색했다.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서 민간인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도 형사고소를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정부 비판 보도에 대한 자의적 심의와 부당한 제재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법적 근거도 없이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대상을 확대했다. 권력 감시 보도를 표적 심의하기 위해 심의위원장이 가족과 지인 등에게 민원을 청부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MBC는 ‘날리면’을 ‘바이든’으로 보도했다고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SBS는 ‘여사’ 호칭을 빼고, ‘김건희 특검법’이라고 말했다며 행정지도를 받았다. 선거 관련 방송이 불공정하다,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무더기 징계가 내려지고 있다. 

 

언론에 대한 제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는 인터넷 검열이 자행되고 있다. 방심위는 법에도 없는 ‘가짜뉴스 신속 심의 패스트트랙’을 만들어  권한을 남용한다. 누구 봐도 가상으로 꾸민 대통령 풍자 영상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차단했다. 경찰은 한술 더 떠 풍자 영상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게시자를 색출하기 위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는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하는 자는 형사적 처벌을 각오하라는 엄포나 다름없다.

 

집회시위의 권리 침해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에서 집회시위는 신고제임에도 허가제처럼 운영되고 있다. 집회금지 장소가 아닌데도 집회 제한이나 금지통보가 내려져 행정소송을 통해 집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해 집시법 시행령을 개정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거듭되자 대통령 집무실 근처 도로를 집회를 금지할 수 있는 ‘주요 도로’에 추가하여 시위를 통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 혐오’를 통해 ‘반노동’ 공세를 펼치고, 노골적인 노조탄압에 나서면서 노동자 집회에 대한 통제도 강화됐다. 특히 대통령이 민주노총 집회와 관련해 경찰의 면책을 추진하겠다고 얘기한 후 폭력적인 강제해산이 잦아졌다. 대통령의 발언 직후 수년간 평화롭게 진행해온 하청 노동자 노숙문화제가 금지됐다. 현존하는 위험이 없으면 강제해산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경찰은 집회 참가자 수보다 많은 인원을 동원하여 노동자 집회와 문화제를 폭력적으로 해산시켰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민주노총과 함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폭력단체로 낙인찍고, 탄압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사지를 들어서 끌어내며 표현의 자유와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를 침해했다. 장애인의 출근길 지하철 타기 운동을 방해하기 위해 탑승 역을 무정차 통과한다. 철도안전법이 헌법적 권리보다 우선이라며 평화롭게 침묵 선전전을 하는 참가자들을 끌어냈다. 심지어는 장애인 활동가와 연대하는 시민들을 연행하고, 기자와 영상 활동가의 취재를 방해했다.

 

정부의 시대착오적이고 적대적인 이념 정책은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을 다시 불러왔다. 윤석열 정부는 사법기관이 국가범죄로 확정한 ‘블랙리스트’ 사태를 부정하고, 오히려 ‘블랙리스트’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범죄의 대표적 책임자였던 유인촌 씨를 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부활한 블랙리스트 정책은 “지원사업 통제를 통한 좌파 적출과 우파 진흥” 기조를 복원하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과 관련된 검열에서 가장 일반화된 기준은 ‘정치 편향’이다.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예술인권리보장법’은 행정조치를 통해 사문화되고 있으며, 좌파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하고, 지원 배제·통제하기 위한 의도적인 조사, 감사, 예산 삭감이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언론·출판·집회·시위의 자유가 총체적으로 후퇴하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의 전제인 정보접근과 알권리도 함께 퇴행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모든 공공기관이 공개하고 있는 기본적인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인재로 기록된 이태원 참사 당시, 콘트롤 타워인 대통령 국가안보실의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마저 비공개했다. 이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국가의 대응체계와 매뉴얼이 무엇인지 밝히는 최소한의 설명책임조차 회피하는 것이다. 더불어 대통령의 비리의혹 등 부정적인 여론이 있을 때마다 공공기관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볼 수 있었던 공공정보를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비밀주의 강화는 권력에 대한 대중의 감시를 방해하고, 악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적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정보 접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74개국 정부 대표들이 채택한 <2023 민주주의 정상회의 선언문>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다음의 사항을 위해 헌신할 것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보호하며 실현한다. 민주사회 건설의 기본 기둥으로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정보에 대한 접근과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강화”(5항)하고,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인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존중하고 지지한다.”(7항)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의 권리를 포함한 노동기본권을 존중, 증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통해…포용적이고 안전한 일의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10항)

 

그러나 실상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의 공언은 허언이 된 지 오래다. 도리어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 및 언론단체들은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를 결성하고, 대한민국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 나선다.

 

우리는 서울에서 개막되는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가 국제적인 진영대결과 ‘민주주의 워싱’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나라의 대표와 관계자들은 민주주의의 훼손을 우려하는 한국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민사회, 인권활동가들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선언문의 이행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 정부가 국제 인권법에 따른 관련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 비판하고, 활동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21조넷은 윤석열 정부의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표현의 자유 탄압 실태를 국제사회에 고발하며, 대한민국 정부가 헌법이 명하는 대로 언론·출판·집회·시위의 자유를 부당한 간섭이나 차별 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보장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끝)

 

2024년 3월 19일

혐오와 검열에 맞서는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 

공권력감시대응팀, 문화연대, 블랙리스트 이후, 사단법인 오픈넷, 서울인권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인권센터,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한국장애포럼(현재 16개 단체, 가나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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