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우려스러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언론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KBS, MBC 등 공영방송 뿐 아니라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주요 언론 대부분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규제기구도 정치권도 손을 놓은 채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 낙하산 사장들만 신났다. 구성원 탄압과 횡포는 언론민주화 투쟁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언론노동자에게는 마지막 자존심과 역사적으로 부여된 정당성만 남았다.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수단과 방법, 갖가지 지혜를 찾아야겠지만 언론노동자의 단결과 시민사회의 지지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이 시점에서 작금의 사태 해결없는 지배구조 개선 논의, 작금의 사태 회피 수단으로서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즉 KBS와 MBC방문진, EBS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제도, 시청자위원회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비단 공영방송 뿐 아니라 지상파방송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올 8월이면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추천/선임하게 되고 이렇게 구성되는 이사회는 10월경이면 사장을 선출하게 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여당추천이사가 과반 이상으로 구성되고, 따라서 구조적으로 정권 친화적인 인사가 사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낙하산 사장은 방송의 독립성 대신 종속성, 제작 자율성 대신 제작 통제의 폐해를 낳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방송사 구성원들과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래서 KBS, MBC 총파업투쟁은 방송을 망가뜨린 낙하산 사장에 책임을 묻는 투쟁이고, 동시에 정치권력으로부터 종속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은 공영방송의 주요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방송법의 규제감독 관련 조항과 방통위설치법 등 법제도의 많은 부분을 개정해야 하고 따라서 방송 당사자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18대국회 여야는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19대국회는 아직 개원하지 않았고 개원하더라도 연내 입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 쟁취 투쟁은 이상과 현실 모두를 세심하게 따져가며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개선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개선안 자체를 공방하는데 치중한다면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될 수 있다. MBC노조와 KBS구노조가 낙하산 사장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지만, 만에 하나 눈앞에서 전횡을 저지르는 김인규, 김재철 낙하산 사장과의 투쟁을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면 조합원의 단결력을 분산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총파업투쟁으로 고단에 지친 조합원과 파업 지도부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내몰아온 이명박 정권과 총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새누리당의 부담은 그 이상이다. 현 시점에서 언론노동자의 투쟁은 언론장악의 책임을 묻고 사태 해결의 열쇠를 정권에게 넘기는 산별 차원의 단결된 저항에 집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19대 국회 여야 힘 관계를 고려하는 가운데 개선 방안 자체의 수월 논의가 아니라 총파업투쟁의 승리와 함께 실제로 민주적 사장을 선출하는 전술 논의가 되어야 한다.
2012년 4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우려스러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
언론노동자의 총파업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KBS, MBC 등 공영방송 뿐 아니라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주요 언론 대부분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규제기구도 정치권도 손을 놓은 채 물끄러미 쳐다보고만 있다. 낙하산 사장들만 신났다. 구성원 탄압과 횡포는 언론민주화 투쟁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언론노동자에게는 마지막 자존심과 역사적으로 부여된 정당성만 남았다. 사태의 정상화를 위한 수단과 방법, 갖가지 지혜를 찾아야겠지만 언론노동자의 단결과 시민사회의 지지 외에는 돌파구가 없다. 이 시점에서 작금의 사태 해결없는 지배구조 개선 논의, 작금의 사태 회피 수단으로서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수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즉 KBS와 MBC방문진, EBS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제도, 시청자위원회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비단 공영방송 뿐 아니라 지상파방송 전체의 과제이기도 하다. 올 8월이면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회를 추천/선임하게 되고 이렇게 구성되는 이사회는 10월경이면 사장을 선출하게 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여당추천이사가 과반 이상으로 구성되고, 따라서 구조적으로 정권 친화적인 인사가 사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 낙하산 사장은 방송의 독립성 대신 종속성, 제작 자율성 대신 제작 통제의 폐해를 낳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방송사 구성원들과 시민들이 떠안게 된다. 그래서 KBS, MBC 총파업투쟁은 방송을 망가뜨린 낙하산 사장에 책임을 묻는 투쟁이고, 동시에 정치권력으로부터 종속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투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배구조 개선은 공영방송의 주요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의지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방송법의 규제감독 관련 조항과 방통위설치법 등 법제도의 많은 부분을 개정해야 하고 따라서 방송 당사자와 시민사회, 정치권의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18대국회 여야는 지배구조 개선의 필요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피력한 바 있지만, 적극적인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19대국회는 아직 개원하지 않았고 개원하더라도 연내 입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방송의 독립성과 제작자율성 쟁취 투쟁은 이상과 현실 모두를 세심하게 따져가며 접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개선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개선안 자체를 공방하는데 치중한다면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우스꽝스런 상황이 될 수 있다. MBC노조와 KBS구노조가 낙하산 사장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제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일이지만, 만에 하나 눈앞에서 전횡을 저지르는 김인규, 김재철 낙하산 사장과의 투쟁을 회피하거나 우회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면 조합원의 단결력을 분산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
장기간 총파업투쟁으로 고단에 지친 조합원과 파업 지도부의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역으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내몰아온 이명박 정권과 총선에서 승리한 박근혜 새누리당의 부담은 그 이상이다. 현 시점에서 언론노동자의 투쟁은 언론장악의 책임을 묻고 사태 해결의 열쇠를 정권에게 넘기는 산별 차원의 단결된 저항에 집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19대 국회 여야 힘 관계를 고려하는 가운데 개선 방안 자체의 수월 논의가 아니라 총파업투쟁의 승리와 함께 실제로 민주적 사장을 선출하는 전술 논의가 되어야 한다.
2012년 4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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