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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이게 공영방송 뉴스인가? KBS는 부끄러운 줄 알라!

by PCMR 2013.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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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문]
 
이게 공영방송 뉴스인가? KBS는 부끄러운 줄 알라!
 
국정원이 지난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주요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원이 선거뿐 아니라 각종 정치 현안에 일상적으로 개입해왔다는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고 있다. 경악을 금할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급기야 법과 절차를 어기고 전직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록을 전격 공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토를 포기한 반역대통령”이라며 ‘NLL’공세로 맞불을 놓고 있다.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짜깁기한 발췌본을 만들어 사실상 그 내용을 조작하는 행위마저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대화록 전문을 통해 확인된 사실은 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NLL을 포기 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 NLL을 인정하는 가운데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안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졌는데도 국정원과 새누리당은 ‘국정원 게이트’를 ‘NLL 정국’으로 덮어보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바로 언론 때문이다. 진실을 밝혀야 할 언론들이 되레 진실을 가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 중에서도 KBS가 가장 큰 문제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KBS에 부여된 공적책무는 다른 언론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공영방송사가 편파왜곡보도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 공영방송의 책무를 망각한 채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NLL’ 논란을 키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6월 24일 KBS는 국정원이 ‘발췌록’을 공개하자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발췌록 내용의 진위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KBS는 이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도한다. 발췌록 내용을 전하며 시종일관 “확인됐다”, “강조했다”, “주문했다”고 단정 짓는다.
 
정상적인 언론사라면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같은 날 SBS 뉴스는 “발췌본에 따르면~말했다”,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한다. 이와 함께 ‘발췌본은 전체적인 대화내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를 지닌다’, “발췌본에는 ‘NLL 포기’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진위여부는 전문을 공개해야 판명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정원의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이 방송사는 “정치적 노림수가 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여권 내부의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며 “왜?”라는 질문을 제기하지만, KBS는 국정원이 밝힌 일방적인 입장을 보도자료 베끼듯 전달했을 뿐이다.
 
뉴스배치의 편파성도 노골적이다. 첫째, 둘째 꼭지에서 왜곡된 발췌본 내용을 기정사실화한 뒤 셋째 꼭지에서는 국정원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 이어 여야의 입장을 공방처리한 뒤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연결한다. 야당 측의 입장은 불과 한 꼭지 안에서 공방 처리될 뿐이다. 그러고 나선 ‘세상 별 일 없다는 듯’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뉴스를 갖다 붙였다. 기가 막힌 일이다.
 
다음 날인 25일 대다수 언론은 대화록 전문과 대조하여 발췌본이 왜곡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타 지상파방송 뉴스는 <발췌본만 보면 오해 소지..제작 경위는?>이라는 제목의 2분 30초짜리 분석보도를 내보낸다. 그리고 “제작 특성상,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발췌본이 어떤 목적과 경위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김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 한다, NLL을 바꿔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남과 북이 억지 싸움을 벌이지 말고 평화수역을 만들자’는 김정일 위원장의 제안에 대한 답변이었음을 정확히 전달했다.
 
그렇다면 발췌본 내용을 사실로 단정하여 내보냈던 KBS는 어땠을까? 대화록 전문을 입수하지도 못했는지 아예 관련 리포트가 없다.* 여야의 주장을 공방 처리했을 뿐이다.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한 것을 두고도 “민생국회가 파탄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고 여당을 두둔한다. 이어 “NLL은 젊은이들이 피와 죽음으로 지켜낸 곳”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한 후 백마부대 최전방 초소를 현장 연결하는 등 6.25, 안보 관련 뉴스를 5개나 이어 붙였다. 뉴스편성의 의도가 무언지 뻔히 들여다보인다.
 
이런 편파보도 행태는 26일에도 마찬가지다. 이날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대선 직전 대화록 공개를 이미 검토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권영세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그리고 타 방송사는 녹음파일을 육성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이를 누락하고 민주당 의원의 입을 통해 관련 내용을 공방으로 전달한다. 또 26일에는 김무성 당시 선대본부장이 당 회의에서 대선 전 NLL 대화록을 입수했다고 말해 ‘대화록 사전 입수설’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KBS는 해당 사실을 일체 보도하지 않았다.
 
반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해서는 마지못해 보도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뉴스의 양부터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뉴스 순서도 되도록 후반부에 배치하고 있다. 오죽하면 “도저히 보도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서만 보도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KBS는 검찰 수사결과마저 국정원에 불리한 내용을 축소하는가 하면 마치 검찰과 국정원, 김용판 전 경찰청장 측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는 식으로 사안을 왜곡하고 있다.
 
KBS는 국정원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편파 왜곡보도를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이런 얄팍한 꼼수로 국정원 게이트의 진실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국민들은 KBS가 정권호위를 위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만행을 벌이고 있는지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 KBS가 정녕 민주주의 파괴의 공범이 되고자 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KBS 구성원에게 묻는다. 이게 공영방송 뉴스인가? 속된 말로 쪽 팔리지 않는가?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주요 팩트는 누락하며, 최소한의 보도원칙도 지켜지지 않는 뉴스를 보면서 정말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기자로서 양심이 있다면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런 가운데 KBS 길환영 사장은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책동을 부리고 있다. 가당치도 않는 일이다. 길환영 사장에게 경고한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시청자를 우습게보지 말라. 분위기 파악하지 못하고 경거망동하지 말기 바란다. (끝)
 
 
2013년 6월 2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 KBS는 26일 뒤늦게 전문과 발췌본을 비교한 리포트를 내보냈다. 이마저도 국정원과 전 정권 인사들이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식으로 물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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