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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부당 해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

by PCMR 2023. 7. 25.

[논평]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부당 해임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남영진 이사장의 해임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KBS노동조합이 제기한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을 위한 청문절차에 착수했다. KBS 사장을 교체하기 위한 무리한 속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다.

 

앞서 남 이사장은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이 제기돼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남 이사장은 일반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수신료 사용에 대해 사과해야 하며, 업무추진비를 유용한 게 사실로 드러나면 마땅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충분히 조사하지도 않고 해임이란 결론부터 내리는 것은 절차적으로 부당하다.

 

남 이사장의 직무수행에 관한 부정적인 평가와 별개로 해임의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해임에 이를만한 중대하고 명백한 사유를 제시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남 이사장은 업무추진비 유용 여부 및 액수가 확정되지 않았다. 방통위가 제시한 다른 근거 역시 명백하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KBS 방만경영 관리·감독 소홀은 추상적이며, 재허가조건 불이행(상위직급 비율감축)은 곧 다가오는 재허가 심사에서 다룰 사안이다. 재허가조건을 위반했다는 시기가 남 이사장의 임기 기간인지도 불분명하다. KBS 경영평가 조작 의혹은 말 그대로 아직 의혹에 불과하다. 조작 여부를 조사하는 게 먼저이다.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방통위원이 단독으로 해임제청 (청문절차 진행) 안건을 제안한 것도 엄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현재 방통위는 3인으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조사 보고서 하나 없는 상황에서 야당 추천위원의 심의·의결 권한을 무시한 채 대통령 몫 위원의 주장만으로 KBS이사장을 해임한다면, 이는 대통령이 직접 인사권을 휘두르는 거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방통위는 공영방송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한 전례가 있다. 당시 방통위도 업무추진비 유용을 해임 사유로 내세웠으나 법원은 업무추진비 일부를 부당집행 했다는 등 사실만으로 임기 만료 전에 해임될 정도로 이사의 적격을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해임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하여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또한 최근에는 공영방송 이사를 부적법하게 해임해 이사회 구성을 변경한 다음 공영방송 사장을 해임한 것은 방송법 규정에 반하여 취소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이를 알고도 졸속 해임을 밀어붙이는 건 법인카드 부정사용보다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훨씬 더 크다. 방통위는 역사적인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방통위가 계속 권력의 도구가 되기를 자처한다면 방통위부터 해체하는 게 마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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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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