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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하라

by PCMR 2023. 10. 26.

[논평]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중단하라

 

압수수색, 또 압수수색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오늘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 전 뉴스버스 기자 1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수사팀은 뉴스타파와 JTBC, 리포액트 등을 압수수색 한 바 있다. 언론사와 기자에 대한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전방위적으로 번지고 있다.

 

중앙지검은 이른바 대선개입 허위보도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이 지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수사에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씨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허위라는 걸 알고도 의도적으로 인터뷰 등을 왜곡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윤석열 당시 검사가 부실수사, 수사 무마를 했다는 의혹은 거짓이며, 거꾸로 그런 의혹을 보도한 언론과 기자가 허위보도로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우형 수사 무마 의혹이 거짓이라는 검찰의 전제가 얼마나 명확하게 증명됐는지 의문이다. 불법 대출 브로커와 로비스트들의 뒤바뀐 진술만으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대장동 대출 건 수사 무마가 있었느냐 여부는 여전히 규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설사 그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터뷰 등 당시까지 확보한 증언과 자료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고, 공직 후보자를 검증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다. 경향신문, 뉴스버스 등의 관련 기사를 살펴볼 때 실로 부당하고, 불합리한 의혹 제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의혹을 품을 만한 이유가 있고, 공익성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진상규명을 위해 연속되는 보도의 일부를 떼어내 허위 여부를 판단하고, 기자의 의도를 의심해 무차별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다면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다름 아닌 대통령 명예훼손수사이다. 대통령이 비판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대응하면 언론의 자유는 위축된다. 대통령 당선 이후 후보자 시절 검증 보도까지 이 잡듯이 뒤져 수사와 기소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부실검증을 야기하고, 민주주의 선거 제도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삼가야 하는 이유이다. 검찰이 대신 수사를 개시해도 마찬가지다. 더군다나 검사 출신 대통령 아닌가. 검찰의 부실수사·수사 무마 의혹을 검찰 스스로 허위로 단정하여 수사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이해충돌이 일어나 수사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이처럼 빈번히 언론()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나라는 민주국가 중에 없다. 검찰은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와 검찰수사만이 정의라는 독단을 버려야 한다. 지금 검찰의 수사는 대통령에 관한 의혹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의혹 자체를 지우는 수사이다. 검찰은 언론의 허위보도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다고 말하지만, 정당한 보도에 대한 무리한 강압 수사로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검찰이다. ‘대선개입 허위보도라는 허울을 씌운 대통령 명예훼손수사를 당장 중단하라. (끝)

 

20231026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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