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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창극씨의 총리 내정, 국가개조의 그림이 드러났다.

by PCMR 2014.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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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창극씨의 총리 내정, 국가개조의 그림이 드러났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 보인 대통령의 눈물은 거짓이었다. 국민 모두가 느낀 불안과 공포, 분노와 절망의 여론에 머리 숙이면서, 좌초된 대한민국을 구조하겠다는 정권의 약속이 실제로 무슨 뜻인지가 공포스럽게 드러났다. 지방선거 이후 박근혜 정권은 무엇을 꿈꾸는지, 그들이 떠들어대는 국가 개조라는 게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문창극씨의 총리 내정이 깔끔하고 섬뜩하게 드러내주었다.

 

같은 시기에 이루어진 대통령 측근 인사이자 오랜 안기부 통인 국가정보원장 내정, 그리고 언론통제와 방송공공성 해체 주역의 청와대 홍보수석 임명과 연결시켜 보자면, 문창극이라는 극우 전직 언론인의 총리 내정은 한국호의 악몽 같은 항해를 끔찍하게 예고케 한다. 이병박 정권 때 겪었던 민주주의의 위기, 정치/진보의 위험, 공화국에의 위협 사태가 다시 도래할 것이다.

 

문창극씨가 지금까지 칼럼으로 어떤 잔혹한 언어, 죽임의 언어, 폭력의 언어를 써왔는지 일일이 들춰보는 것 자체가 역겨울 정도다. 그가 저주의 칼날, 살해의 무기를 마구 휘둘러댔던 <중앙일보>를 다시 꺼내 읽어 보라. 사회를 분리시키고 갈등을 초래하며 폭력을 부추긴 우익 칼럼니스트였다. 여론선동의 게임에 익숙하고, 언어조작의 기술에 능하며, 이에 기초하여 제도정치까지 능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위험한 선수였다.

 

그런 사람을 국가개조에 최적인 인물이라고 정권이 불러내고, ‘최초의 기자출신 총리라는 타이틀로 정권의 부름에 나서는 행태를 우리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민주정치의 상식을 지닌 시민들, 세월호의 좌절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민중들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모독이다. 자유언론을 실천하고 진실의 저널리즘을 지향하며 공정방송을 위해 투쟁하는 대다수의 언론인들이 부끄러워하고 분노할 모욕이다.

 

문창극씨는 그가 내뱉은 저주의 말들이 부끄러워서라도 내정을 거부했어야 했다. 우익인사로의 부끄러움 많은 처신들 때문에, 그 분열주의적 극단주의 탓에도, 이 시대의 총리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언론인 출신으로서, ‘언론이라는 말을 부끄럽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욕심을 거두어야 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정치적 욕망이 정치권에 그 부끄러운 걸음을 하게끔 했는가?

 

문창극의 총리 내정은 박근혜 보수정권이 사회통합의 길을 가지 않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한국사회를 적과 동지라는 파시즘적 이분법으로 분할하고, 그에 기초한 죽음의 정치학을 밀어붙이겠다는 위협에 불과하다. 조중동 미디어권력과 노골적으로 결탁하고, 그럼으로써 한국 사회 내 우파의 독점적 지배를 강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보수정권의 재창출 조건을 마련하겠다는 정치공학적 프로그램일 뿐이다.

 

그럼으로써 득을 볼 세력은 분명하다. 박근혜 정권이 득을 보려할 것이고, 이 땅에 발흥하는 보수 정치세력이 누구보다 이득을 챙길 것이다. 마침내 <중앙일보> 출신을 총리로 내보내게 된, 삼성으로 대표되는 이 땅의 자본권력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문창극의 총리 내정은 우익화한 정권과 수구적인 미디어권력, 그리고 독점적인 재벌자본이 꿈꾸는 신자유주의 우익 자본국가의 선포이다.

 

이러한 선택은 대체 누구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가? 누구에게 치명적 상처를 가져올 것이고, 누구의 평화를 앗아갈 것이며, 누구의 슬픔과 좌절 그리고 분노를 초래할 것인가? 노골적인 좌우 이념 편 가르기, 빨갱이 몰이, 공안 탄압, 치안 상태, 단속과 통제, 억압과 검열의 체제 하에서, 저들이 꿈꾸는 강고한 우익의 신자유주의 자본국가에 내에서, 민주주의와 공화국, 정치의 자리는 없을 것이다.

 

문창극씨의 총리 내정은 결코 1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조중동 보수매체와 박근혜 보수정권의 더욱 강화된 밀착, 신자유주의 자본국가와 삼성 자본권력의 강력한 부착 효과는 말했듯 민주주의의 말살을 초래할 것이 명백하다. 탈규제화의 가속화, 사유화의 난무, 공공성의 추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자본국가 지배의 완결판이다. KBS 사태의 합리적 해결은 요원해 질 것이고, 공영방송의 해체는 가속화될 것이며, 언론탄압과 여론의 조작은 민주적 정치공간의 구조적 해체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박근혜 정권은 문창극씨의 내정이 바로 이토록 엄청난 함의를 갖고 있는 문제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에 알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밀어붙였다면, 그렇기 때문에도 우리는 문씨의 임명에 더욱 단호히 반대할 것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절망한 우리는 이 땅에 더욱 불행한 참사가 도래하는 것을 절대로 묵과할 수가 없다. 기득권들의 연합, 우익들의 공모, 그에 따른 권력의 독재와 전체의 지배를 결코 방기할 수가 없다.

 

박근혜 정권은 당장 문씨의 내정을 철회하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과 민심에 대한 위협을 당장 중지하라. 세월호의 사태를 초래한 무능한 정권에서 탈피하고, 더 이상의 희생을 초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불안에 떠는 대한민국을 조금이라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우익의 우물에서 서둘러 벗어나라. 언론연대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시민들과 함께 문씨의 내정 카드가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2014611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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