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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속 보이는 KBS의 수신료 기습 작전

by PCMR 2013. 9. 10.

[논평] 속 보이는 KBS의 수신료 기습 작전

 

KBS가 2월 국회를 앞두고 수신료 인상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긴급 기자회견이라기보다 기습 기자회견이라 하겠다. 2월 국회 미디어렙법 제정 때 끼어 넣으려는 술책이다. 우습지만 18대국회 막판까지 총력과 분투를 다하는 김인규 사장과 경영진에 참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KBS는 국민 64%가 수신료 인상안 조속 처리를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밀었다. 여론조사 문항을 살펴보면 유도성 질문임이 빤히 드러난다. 문항은 수신료 인상액 1000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KBS 수신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 국회가 책임감을 갖고 수신료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의 수신료 인상구조는 정치권이 이해득실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다, 비정치적인 수신료산정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등이다. 1000원을 액수를 묻는 질문에,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질문을 하는데 반대가 많으면 이상한 일이다. 현재의 수신료 인상구조가 문제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 시민이 누가 있는가. 수신료위원회는 시민사회가 대안으로 내놓은 의견인데 ‘비정치적인’ 이라는 비겁한 수사까지 덧붙여 묻는데 반대할 시민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식의 유도성 설문조사라면 국민 64%가 아니라 90% 이상의 동의도 끌어낼 수 있겠다.

 

18대국회 수신료 인상안 추진은 지난해 6월 국회, 도청 사건과 함께 사실상 막을 내렸다. 평가도 끝났다. 현행 수신료 인상제도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이사회는 KBS 경영에 관한 법적 최고의결기관이지만 집행구조가 없는 비상임 체계로 실질적인 기능을 담보하지 못한다. 이사회는 KBS 경영, 편성, 여론 등에 대해 자체적인 조사.평가 능력을 갖추지 않고 있다. 재정 투명성 역시 감사원 감사를 통하지 않고서는 담보하기 어렵다. 거액의 BCG 컨설팅 의뢰에서 확인되듯 수신료 산정(인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신료 수혜 당사자가 수신료 인상안을 제시하는 구조로는 똑같은 인상안을 내놔도 구조적.문화적 저항을 피하기 어렵다. 공사의 공적 책임과 경영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이사회에 있지만 경영의 실질적인 권한은 경영진이 전폭적으로 행사하는 구조, 즉 이사회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면서 경영에 관한 주요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불합리한 체제이다. KBS도 이번 설문조사를 하면서 이같은 불합리성을 자인한 셈이다. 이사회가 국민 동의없이 심의.의결한 걸 방통위에 보냈고 방통위 역시 합의하지 않은 채 국회에 보낸 1000원 인상안을 이제 와서 처리하려 나서는 건 도둑놈 심보가 아니고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KBS의 주장대로 현행 수신료 제도가 문제라면 현행 제도에서 비롯된 1000원 인상안은 포기하는게 맞다. 여론 결과처럼 새 제도 도입과 함께 공영방송 재원 문제를 논의하면 된다. 미디어렙법 제정에 꼽사리끼려는 술책 부리지 말고 깔끔하게 접고 가길 바란다.

 

2012년 2월 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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