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평

[논평] 공익신고가 압수수색 대상인가?

by PCMR 2024. 1. 15.

 

[논평]

공익신고가 압수수색 대상인가?

 

경찰은 오늘 민원인 정보 유출 혐의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공익신고를 기밀유출로, 공익신고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전형적인 보복 수사다.

 

지난해 익명의 공익신고자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가족, 지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특정 보도에 대해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다수의 민원을 제기했으며, 류 위원장이 이런 현황을 알고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아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을 신고했다. 이는 방송심의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이러한 공익침해행위를 알게 된 공직자는 이를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익명의 신고자는 이런 의무를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책무를 방기하고 있고, 정부 여당과 방심위원장은 거꾸로 민원인 정보 유출 혐의로 고발하는 적반하장에 나섰다. 경찰의 공익신고자 기밀유출 수사는 위법하다.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르면 신고자는 공익침해행위의 증거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설령 직무상 비밀이 포함됐더라도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공익신고에 대한 처리가 이뤄지기도 전에 공익신고자부터 압수수색에 나서는 건 수사권 남용이다. 공익신고 사건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경찰의 강제수사는 공익신고 내용을 보도한 언론 기자의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공익제보를 보도하는 언론사가 마치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취재를 한 것처럼 매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는 국회의원과 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신고 내용을 입수했으며, 공개된 정보를 통해 친인척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공익신고를 입수하고, 그 내용이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판단할 때 이를 보도하는 건 언론의 당연한 책무이다. 해당 언론사들은 류 위원장의 비위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친인척, 지인 등의 인적관계 정보를 제한적으로 드러냈을 뿐, 이름·얼굴 등 민원인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를 공개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경찰은 정당한 보도의 취재원을 색출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한편,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을 유추할 수 있는 보도가 나와 우려를 자아낸다. 오늘 한 언론사는 경찰이 유력한 용의자를 압축했다며 공익신고자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를 보도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그가 공익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보도해서는 안 된다.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공익신고 내용을 검증하는 것이다. 진상규명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신고자를 위축시키는 보도를 해서는 안 된다.

 

공익신고는 개인적 불이익을 무릅쓰고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는 양심적 행동이다. 그리고 언론은 이를 취재하고 검증함으로써 공익을 구현한다. 방심위원장이 심의를 자기 뜻대로 유도하기 위해 친인척이나 지인에게 민원을 사주하였거나 이를 알고도 심의를 회피하지 않았다면 방심위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커다란 위법행위이다. 이게 사건의 본질이다. 이런 중대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신고자 색출에 나서는 건 참으로 부당한 행태다. 경찰은 뭐가 우선이고, 중요한지 정녕 모른다는 말인가. ()

 

2024115

언론개혁시민연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