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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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나선다
- 괴물이 된 KBS, 인적 청산 불가피하다 -

 

 공영방송 KBS는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KBS 내부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다. 사태가 실로 심각하다. 저널리즘은 논할 거리조차 못 된다. 기본적인 상식도, 이성도, 윤리도 상실한 집단처럼 보인다. 국가재난방송이 아니라 KBS가 국가적 재난인 상황이다.

 

 KBS가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한 것은 오래된 일이다. 세월호 참사가 나기 전에 이미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기능은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그런데 고장이 난 것은 비단 저널리즘뿐만이 아니었다. KBS 간부들은 이제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최소한의 윤리의식조차 내던진 듯 보인다. 권력욕에 취해 집단적 개념 상실증에 걸린 게 분명하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댔다는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망언은 시작에 불과했다. KBS는 망언에 항의하기 위해 영정을 들고 달려온 세월호 유가족들을 난동꾼으로 취급하고, 거리에 내팽개쳤다. 사과 한 마디 하기는커녕 되레 유가족을 폭행의 가해자로 몰아갔다. 유가족들이 밤샘농성을 벌여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길환영 사장은 청와대의 지시가 떨어지자 헐레벌떡 유족 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리는 시늉을 했다. 가히 “대통령만 보고 가는” 사장다웠다. 그러나 “보도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던 호언장담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보직 해임된 김시곤 국장도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 그는 한 종편뉴스와 인터뷰에서 “길 사장이 평소에도 끊임없이 보도를 통제했다”고 폭로하며 제가 마치 언론독립의 투사인양 행세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 혼자 죽지 않겠다’는 조폭식 협박에 다름 아니었다. KBS 간부들은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져있는 순간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의 권력다툼에만 몰두하고 있다. 썩을 대로 썩어 빠진 자신들의 실체가 드러나는 일에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다.

 

길환영 사장은 오늘 김시곤 전 국장의 후임으로 백운기 씨를 선임함으로써 유가족의 가슴에 또 다시 대못을 박았다. ‘김인규의 보디가드’로 널리 알려진 백 씨는 유가족과의 면담 과정에서 불손한 태도로 일관해 분노를 일으킨 인물이다. 당시 유가족들은 백운기 국장을 특별히 지목해 “껄껄 웃어요. 우리를 동물원의 동물 취급한다. 웃는다. 비아냥거린다”며 비분강개한 바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자를 새 보도국장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모욕주기다. 명색이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자가 인간의 탈을 쓰고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치가 떨릴 지경이다.

 

지금 KBS는 언론이 아니다. 국민을 상대로 휘두르는 권력의 흉기일 뿐이다. KBS는 최소한의 도덕성과 자정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민주주의를 짓밟고 다니는 끔찍한 괴물이 되어 버렸다. KBS의 악행은 이젠 정말 방치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제도개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는 KBS의 만행을 멈춰 세우기 위해서는 인적청산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이화섭이 물러서면 김시곤이 들어오고, 김시곤이 미끄러지면 백운기가 올라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끝장내지 않고서는 공영방송의 정상화는 요원한 일이다. 이젠 언론인의 자격이 없는 자들을 언론계에서 영구 추방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그 첫 번째 대상이 길환영 사장이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2014년 5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