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MBC, 세월호 유족을 능멸한 죗값을 치르게 될 것이다
이 정도 되면 망언이 아니라 언어 살인이다. 세월호 유족을 향해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니. 이게 인간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가. 이게 사실이라면 MBC는 대국민 사과를 넘어 사장을 비롯한 임원 전원이 옷 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박상후 부장은 즉각 국민 앞에 나와 이실직고해야 할 것이다.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MBC본부)가 밝힌 내용은 충격적이다. MBC본부에 따르면 박상후 전국부장은 8일 KBS 간부들이 합동분향소에서 가족들의 항의를 받고 쫓겨나자 ‘뭐하러 거길 조문을 가. 차라리 잘됐어. 그런 X들 (조문)해 줄 필요 없어’라며 유가족을 모독했다. 이어 ‘중계차 차라리 철수하게 돼서 잘 된 거야. 우리도 다 빼고..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는 극언을 쏟아냈다. 두 눈으로 보고도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수준의 끔찍한 망언이다.
그러나 앞서 그가 직접 작성한 리포트를 보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지난 7일 <슬픔과 분노 넘어서야>에서 “조급증에 걸린 우리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한다며 “실제로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해양수산부장관과 해양경찰청장등을 불러 작업이 더디다며 압박했다”고 덧붙였다. “다이빙벨도 결국은 분노와 증오 그리고 조급증이 빚어낸 해프닝”이라며 실종자 가족들을 비꼬았다. 그는 또 “사고초기 일부 실종자가족들은 현장에 간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구조작업이 느리다며 청와대로 행진하자고 외쳤다”면서 세월호 피해가족들을 애국심 없는 난동꾼 쯤으로 폄훼했다. 그는 이 보도가 나간 후에 “(격한 비난도 나왔지만) MBC 보도가 팩트 위주로 시원했다는 찬사도 많았다”고 자화자찬하는가 하면 자신의 보도를 비판하는 “후배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적극 가담이든 단순 가담이든 나중에 확인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것만 봐도 그의 속내가 무엇이고, 의식수준이 어떤 사람인지 쉽게 짐작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인사가 공영방송 MBC의 세월호 보도를 총괄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KBS 보도국장에게 쏟아지는 국민적 질타를 보고도 이런 망발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걸 보면 비뚤어진 신념으로 가득 찬 확신범이 분명하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인사가 공영방송 보도국에서 활개칠 수 있는 건 그와 같은 신념을 공유하는 사장과 임원이 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MBC 안광한 사장은 답해보라. 당신은 “MBC의 세월호 방송이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 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추켜세웠다. 당신이 높게 평가하는 세월호 보도란 이런 것인가? 생때같은 자식들을 속수무책으로 잃은 세월호 유족들을 증오심에 불타 조급증에 빠진 사람들로 폄훼하고 ‘가만히 있으라’고 강요하는 게 당신이 말한 격을 높인 보도인가?
안광한 사장은 답해야 한다. ‘관심을 가져주지 말아야 돼 그런 X들은..’이라는 망언이 MBC 보도국이 동의하고 공유한 MBC의 세월호 보도 방침인지 아닌지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박상후 부장의 막말을 MBC에 그대로 되돌려주고 싶은 심정이다. ‘관심도 갖고 싶지 않아, 엠비씨 그런 XX들은..’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어물쩍 눙치고 갈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세월호 유족들을 모욕하고 능멸한 죗값을 반드시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기필코 끝장을 볼 것이다.
2014년 5월 12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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