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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송심의 소위원회의 올바른 운영방안

by PCMR 2014. 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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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송심의 소위원회의 올바른 운영방안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방송심의 의결방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심위는 지난 2단원고 학생 전원구조오보를 소위에서 처리한 데 이어 9일에도 세월호 유가족 비하 논란을 빚었던 MBC <분노와 슬픔을 넘어서>에 대한 제재조치를 소위에서 확정했다. 두 안건 모두 위원들 간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전체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다수결로 처리했다.

 

이런 의결방식은 1기와는 다른 것이다. 1기 방심위는 방송소위를 전원 합의 원칙에 따라 운영했다. 방송소위의 의결사항은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 또는 의견제시다. 경고주의 등 법정제재는 전체회의에서 의결해야만 한다. 따라서 방송소위에서 다수(3인 이상)가 법정제재를 주장하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체회의에 자동으로 올라간다. 문제는 반대의 경우다. 방송소위에서 소수위원(2인 이하)이 법정제재를 주장할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가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1기는 전체회의에 올려 안건을 처리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소위에 참여하지 않는 여타 위원들의 심의의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소위에서 행정지도 의견이 3, 법정제재 의견이 2명으로 나뉠 경우 나머지 위원 4인의 결정에 따라 법정제재 의견이 재적위원 과반이 될 가능성이 남는다. 나머지 4인 중 3인 이상이 법정제재를 선택하면 심의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확인하지 않고 소위에서 다수결로 심의를 종결하면 위원 전체의 의사를 소위가 왜곡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왜곡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전원 합의에 따라 처리하는 것뿐이다. (소위 재적위원 5인은 전체 재적위원의 과반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1기 방심위는 제재조치의 수위가 엇갈리는 경우(권고/의견제시)에도 되도록 다수결 처리를 지양했다. (권고 3, 의견제시 2로 엇갈릴 경우 전체회의 결과에 따라 의견제시가 과반이 될 수도 있다. 권고와 의견제시는 경중이 다르다.)

 

이런 운영방식이 폐기된 건 2기 때부터이다. 2기 방심위는 다수결 처리를 우선으로 삼았다. 근거는 <소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 4조였다. 소위 규칙 4조는 소위원회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 있다. 아울러 제8항은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것은 위원회가 심의·의결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2기 방심위는 이 규칙에 따라 소위 안건을 대부분 다수결로 처리했다. 다만, 전체회의에 부의하는 예외를 두었다. 앞서 보았던 소위 규칙 제4조는 사안의 성격상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위원장이 재적위원 1/3 이상의 동의를 얻어 해당 안건을 전체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이 조항에 따라 소수 위원들이 의결을 보류한 뒤 박만 위원장에게 해당 안건의 전체회의 상정을 요구하면 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소수의견을 반영했다. 박만 위원장은 소수위원들의 요청을 대부분 받아들였으나 거부하는 사례(TV조선 <뉴스쇼 판> ‘정미홍 출연 편’)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야당측 위원들은 재적위원 1/3 이상이 동의하면 해당 안건을 전체회의에 자동으로 상정하는 규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여당측 위원 전원이 반대하여 부결됐다.

 

3기와 2기의 차이점은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소수위원들이 위원장에게 안건 상정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기 사례에서 보듯이 소수위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위원장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수용하기 마련이다.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요청을 거부할 경우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이 문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권리를 행사조차 하지 않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에 대한 책임은 소수위원들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야당측 위원들이 왜 직무유기를 하는 건지 이유가 궁금하다.

 

방심위는 출범 이래 줄곧 ‘63 자판기 심의라는 오명을 얻어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방심위원 각자가 자신을 추천한 정파의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심의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운영에 있어서는 합의를 지향하고, 다수결 결정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위 규칙 4조는 다수결 원칙을 천명하고 있지만 동시에 소수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놓고 있다. 이 제도를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위원들의 민주적 소양에 달려있다. 위원장이 소수의견을 정당한 사유 없이 묵살한다면 재량권 남용이 될 것이고, 소수위원들이 본래 목적에 어긋나게 권리를 행사한다면 권리남용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합의제 정신에 입각해 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합의제 정신을 살리는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규칙을 개정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재적위원 1/3 이상의 동의가 있는 경우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자는 주장은 그리 과한 요구가 아니다. 위원장에게 재량권을 부여해 논란의 소지를 남겨두느니 소수의견 보장의 취지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일이다.

 

여당측 2기 위원들은 소위원회가 유명무실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앞세워 규칙 개정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지나친 기우이다. 1기 방심위는 전원 합의의 원칙을 적용하고도 별 탈 없이 소위를 운영했다. ‘소위 무력화주장은 야당측 위원들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런 태도로는 합의제 정신으로 조금도 나아갈 수 없다.

 

박효종 방심위원장은 취임사에서 합의제의 정신으로 우리 위원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위원회가 수행해야 할 업무 가운데는 때로는 복잡하여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렵고 까다롭거나,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데 시간과 고민을 필요로 하는 것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선의와 인내심을 갖고 합의제의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분별력, 힘을 모아 누가 뭐래도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한 식구라는 점을 항상 기억하며 함께 풀어나가도록 하자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3기 방심위는 합의제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방심위가 소위를 설치해 운영하는 목적은 비교적 합의가 수월한 사안을 미리 걸러내 전체회의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안을 가려내기 위함이다.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을 전체회의에 올리지도 않고 다수결 처리하는 것은 소위의 설치목적에 부합하는 일이 아니다. 합의제 정신에도 반하는 일이다. 1기 방심위의 합의제 모델을 계승해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방송심의 소위원회의 올바른 운영방안이다.

 

 

2014716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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