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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유능한 정부는 ‘가짜뉴스’에 매달리지 않는다

by PCMR 2023. 9. 8.

[논평]

유능한 정부는 가짜뉴스에 매달리지 않는다

월권, 무능, 위헌. 방송통신위원회 이동관 위원장의 초반 행보를 평가하는 단어다.

월권


이동관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가짜뉴스 근절에 매달리고 있다. 4일 국회에 출석해 특정 매체가 가짜뉴스의 원천 역할을 하고 포털,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시키며 공영방송이 재보도하는 조직적인 악순환을 근절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며 가짜뉴스 엄단 의지를 표명하더니, 6일에는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안전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조성하는 업무를 하는 기관이지 방송내용이나 인터넷 표현물을 규제하는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신문, 인터넷 언론은 아예 방통위 업무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합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는 방통위 소관도 아닐뿐더러 그 업무에 관여하는 건 두 기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마치 자기가 언론 대통령이라도 된 듯이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국회 과방위에서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 수사와 별개로 방심위 등 모니터하고 감시하는 곳에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방통심의위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지휘하에 있는 것처럼 말하는 태도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부하가 아니다. 방통심의위는 정부 권력이 내용규제를 악용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소관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하도록 설치한 기구이다. 이 위원장의 심의 개입 발언은 방통심의위의 설치 목적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더 나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부실심의, 편파심의 때문에 해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통심의위 예산 집행에 관한 회계 감사를 넘어 인사 문제까지 관여할 권한은 전혀 없다. 해촉 권한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는 건데 본인이 행사했다는 건가, 아니면 대통령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해촉 문제를 상의라도 했다는 건가.

 

한편 이 위원장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운운하며 인터넷 언론 등의 매체에 대한 규제책 마련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언론 제도는 방통위 소관이 아닌데 말이다.

 

이 위원장이 이처럼 비상식적인 월권을 서슴지 않는 건 방송통신위원회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 바로 정치적 사안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 보도 논란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하등 관계가 없는 일이다.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으로서 정치를 최대한 멀리해야 할 위원장이 대통령의 호위무사 노릇을 하니 월권의 월권을 거듭하는 것이다.

 

무능

 

남의 일에 괜한 오지랖을 부리면서 정작 제 할 일은 업무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 “국무위원으로서 말씀드리는데, 이동관씨가 뭡니까?”라는 발언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방통위 독립성에 대한 무지 또는 무시, 자신을 윤석열 내각의 일원으로 여기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합의제 독립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를 독임제 기구처럼 운영하니 벌어지는 일이다.

 

위원장이 부실하니 실무자도 허술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성은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뉴스타파가 방송은 아니지만 통신심의에는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방송사 팩트체크 검증 시스템을 점검하기 이전에 자기 업무 사항부터 팩트체크하기 바란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정책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만 알고 있어도 인터넷 언론을 행정 심의한다는 게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생각인지 알 수 있었을 거다.

 

조 사무처장은 또 통신심의 실적에 비해 방송심의 건수가 부족하다는 내용이 (방통위 회계감사에) 있다는 말도 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방통심의위의 통신심의건수는 한 해 25만 건에 달한다. 인터넷의 바다를 생각하면 통신심의 실적에 비해 방송심의 건수가 적은 건 지극히도 당연하다. 방송심의도 연간 25만 건을 하라는 말인가.

 

심의를 많이 하면 실적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 자체가 표현규제, 내용심의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다. 방송심의의 기본원칙은 최소심의. 방송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명백히 심의규정을 위반한 사항만 핀셋으로 골라내 심의하는 게 심의의 원칙이고, 심의를 잘하는 거다. 심의를 많이 하면 그건 과잉심의.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감사원이 방통심의위 감사에 착수했다. 한 보수언론단체가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심의하지 않는다며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심의위는 자판기가 아니다. 심의는 말 그대로 어떤 사항에 관하여 상세하고 치밀하게 토의하는 일이다. 숙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넣은 민원을 왜 빨리 처리하지 않느냐는 악성민원을 이유로 심의를 감사하고, 심의가 공정한지 편파적인지 감사하는 이런 일이야말로 오히려 심의의 공정성을 해치는 것이다.

 

위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헌적 행위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은 대체 무슨 말인가. 정부가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면 매체를 폐간하겠다는 것인가. ‘공산전체주의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이동관 위원장은 또 흑색선전 근절법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흑색선전 근절법은 선거 기간 허위정보를 유포한 이가 사실임을 입증하지 못하면 징역형에 처하는 법이다.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불가능한 법이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 지 열흘 남짓 사이 쏟아낸 규제 방안들은 모두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위헌적 발상에 기인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다른 시급한 일들을 모조리 제쳐두고 가짜뉴스에 올인하는 모습은 방통위가 정치 기구화 됐다는 걸 방증한다. 또한 역대 정부에서 가짜뉴스 근절대책, ‘가짜뉴스 관련 TF 구성은 정권이 실패하는 시작점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유능한 정부는 가짜뉴스 탓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

 

2023 9 8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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