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부당한 Reset KBS뉴스9 1회 동영상 차단
- 저작권을 빌미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낙하산 사장 퇴진과 공정보도 회복을 위한 언론사, 방송사들의 파업이 진행되고 있다. 각 방송사 노동조합에서는 파업투쟁 중에 인터넷 동영상 뉴스를 통해 기존 방송사들이 하지 못했던 공정보도를 실천하고 있는데, <뉴스타파>, <제대로 뉴스데스크>, <Reset KBS뉴스9>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 14일 유튜브에 올라간 <Reset KBS뉴스9>이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차단되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동영상 사이트인 비메오(Vimeo) 채널도 차단되었는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취재에 따르면 KBS 사측이 사이트 운영자에게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차단을 요청한 모양이다. <Reset KBS 뉴스 9> 도입부의 타이틀 화면이 KBS 뉴스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공영방송 KBS의 파업과 관련된 정국을 고려하면 이번 차단이 독창적인 창작물을 보호하는 저작권을 침해했기 때문이라기 보다, KBS 사측이 자신에 대한 정치적 비판을 통제하려는데 저작권 보호가 악용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저작권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부당한 일인데, ! 현행 저작권법이 비영리적 목적의 저작물 이용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Reset KBS뉴스9>에서 KBS 뉴스의 일부 내용을 이용한 것은 저작권법 제28조 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혹은 제35조의3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 조항에 따라 저작권법 상 공정이용으로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Reset KBS뉴스9>이 KBS 뉴스의 내용을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KBS 뉴스가 공정보도의 역할을 포기하고 관영방송이 되고 있음을 비판하고 패러디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만일 <Reset KBS뉴스9>에 의해 KBS 뉴스가 경제적인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았다면, 그것은 저작권 침해 때문이 아니라 관영방송화되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적 이유로 저작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지난 2000년 삼미특수강 해고노동자들이 포항제철(주)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안티포스코 홈페이지가 포항제철 홈페이지를 패러디하여 사용했는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가처분 차단된 바 있다. 결국 법원은 2001년에 가처분 결정을 취소함으로써, 이러한 방식의 이용은 정당한 것으로 판결한 바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저작권 침해 여부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동영상 사이트들이 단지 저작권 침해 주장만을 받아들여 해당 동영상을 차단했다는 것에 있다. 현행 저작권법 제103조에 따르더라도 유튜브 및 비메오 등 서비스제공자는 저작권 침해 주장에 따라 차단을 한 경우, 해당 게시자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KBS본부노조에 따르면 이러한 통보가 이루어진 바가 없다고 한다.
게시자(이 경우 KBS본부노조)가 정당한 권리에 의한 것임을 소명하여 재게시를 요청할 경우 차단을 해제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저작권법 시행령에 ‘공정이용’에 따른 정당성 소명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즉, 공정이용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한 경우에는 재게시 요청이 쉽지 않도록 되어 있다. 지난 2009년 6월, 딸 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저작권 침해 주장에 의해 게시글이 삭제된 사례(결국 1, 2심 법원은 이를 공정이용으로 판단한 바 있다.)와 같이 작금의 상황은 저작권자가 무조건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만하면 삭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Reset KBS뉴스9>의 차단 사례는 정치적 목적의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라고 할 수 있지만, ‘미쳤어’ 동영상 사례와 같이 현행 저작권법은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통해 창작과 소통을 할 수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20세기의 경직된 저작권법이 작동하고 있다. 저작권법이 진정 문화 발전을 위한 법이라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최소한 비영리적인 저작물 이용에 대해서는 공정이용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수신료로 제작되는 KBS의 저작물에 대한 비영리적 접근은 폭넓게 허용되는 것이 정당하다.
2012년 3월 27일
언론개혁시민연대,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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