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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길환영, 신용섭 사장은 제작 자율성 침해 중단하라

by PCMR 2013. 9. 11.
 
[논평] 길환영, 신용섭 사장은 제작 자율성 침해 중단하라  
 
KBS와 EBS, 두 공영방송이 막장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KBS 길환영 사장은 유신 찬양 우려가 제기돼 온 <다큐극장>을 원안대로 강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동시에 내부 구성원과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한편, EBS 신용섭 사장은 한창 제작 중에 있던 <다큐프라임-나는 독립유공자의 후손입니다>의 담당 PD를 전격 인사 발령했다. 프로그램 제작은 사실상 중단됐다. 공영방송 사장이 제 입맛에 따라 프로그램 편성을 좌지우지하는 전횡을 부린 것이다. 개탄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제 아무리 공영방송 수장이라 해도 방송의 제작·편성을 제 맘대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게 방송법의 정신이다. 경영진과 간부들은 제작실무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며,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 원칙을 준수하고 방송사 내부의 민주적 협의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공영방송 사장의 책무이다.
 
KBS가 내놓은 봄 개편안은 공영방송의 운영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다큐극장>에 대한 결정이다. <다큐극장>은 기획 단계부터 내외부의 반대가 극심했다. 사측은 아니라고 하지만 기획의도 등을 볼 때 유신 독재를 찬양하려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기에 충분했다. 톱다운 방식으로 쉽게 통제할 수 있는 외주를 동원하려 한 것도 의심을 부추겼다. 이에 KBS PD들은 사측과 협의를 진행하여 제작 주체를 내부로 환원하는 내용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길환영 사장은 어렵사리 만든 합의문을 하루 아침에 휴짓조각으로 만들어버렸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행태는 백선엽, 이승만 다큐를 제작할 때나 사장이 되어서나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EBS 신용섭 사장은 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완성단계에 이른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켜버렸다. 프로그램을 내리꽂고, 블로킹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지 길환영이나 신용섭이나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담당 PD를 다큐 제작과 전혀 연관이 없는 수학교육팀으로 발령 낸 것은 더욱 가관이다. 본인이 사장에 취임하기도 훨씬 전에 공식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안을 아무런 논의도 없이 손바닥 뒤집듯 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행패는 관료사회에서는 통용될지 모르나 공영방송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두 공영방송 사장이 무리수를 두고 있는 배경에는 권력에 대한 충성욕이 자리 잡고 있다. 길환영의 목적은 박정희-근혜 부녀를 찬양하겠다는 것이고, 신용섭의 목적은 정권의 눈 밖에 나는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제 일신의 영달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고, 공영방송을 팔아먹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국민의 피 같은 수신료를 들여서 말이다. 길환영, 신용섭 두 공영방송 사장의 몰지각한 행태는 결국 ‘나는 정권의 충견이요’라는 자기 고백에 다름 아니다.
 
2013년 4월 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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