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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김재철 체제’ 지속되는 한 MBC에 미래는 없다.

by PCMR 2013. 9. 11.

[논평] ‘김재철 체제’ 지속되는 한 MBC에 미래는 없다.

 

김재철 전 사장이 해임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MBC의 봄’은 아직 멀어 보인다. 김재철은 떠났지만 ‘김재철 체제’는 여전히 공고하다. MBC 정상화의 첫 단추라 할 차기 사장 공모 일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안광한 부사장의 사장 대행 체제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팽배한 상황이다. 안광한은 김재철 체제를 구축하고 MBC를 망가뜨린 데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핵심 공범이다. ‘포스트 김재철’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인물이다.

 

안 부사장은 지난 8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지금까지 지켜 온 가치와 운영방향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철 체제를 지속시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그의 저열한 인식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김재철 체제에서 환골탈태하여 정상화 작업을 서둘러야 할 MBC 상황에 대한 상식적인 판단이 전혀 안 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 “앞으로도 사원의 신분을 망각하고 사내질서를 해치거나 정치행위 등에 가담하여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경우 법과 사규에 의해 엄중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를 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던 170일 간의 파업을 사내질서 문란행위로 치부하며 자기 입지를 과시하고 있다. 파업 뒤 복귀한 노조원들이 또다시 보복 인사로 차별받고 있는 실정 또한 안 부사장이 김재철 체제의 유산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MBC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방문진의 움직임도 미덥지 않다. 후임 사장의 합리적 인선에 의욕이 없어 보인다. 두 차례의 정기 이사회에서 공모일정과 방법, 자격기준 등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부 이사들은 해외 출장길에 나섰다. 김문환 이사장은 4일 이사회에서 사장공모 건을 논의 안건으로 채택하지도 않았다. 이러니 김재철 체제의 틀을 존속시키기 위한 지연작전으로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뚜렷한 행보를 보이지 않고 시간을 벌면서 제2의 김재철이 될 안광한 부사장의 대행체제로 가는 데 명분을 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오는 18일 방문진 정기 이사회에서 사장 공모 논의가 재개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도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방문진은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더 이상 차일피일 미루지 말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장 인선 절차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의 눈치나 언질에 연연하지 말고, MBC 상황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제 역할을 다하기 바란다. 안광한 부사장의 사장 대행체제 불가는 최소한의 마지노선임을 명심하라.

 

2013년 4월 1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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