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평

거수기 시청자위원회로 수신료 반대여론 잠재울 수 없다

by PCMR 2013. 9. 11.

 

0828[논평]KBS시청자위원회.hwp

 

[논평]
거수기 시청자위원회로 수신료 반대여론 잠재울 수 없다
 
지난 8월 22일 KBS 23기 시청자위원회는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의견서 채택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앞선 7월 회의에서 시청자위는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다수의견(찬성)과 소수의견(반대)을 함께 병기하여 의견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예정과 달리 8월 회의에서도 의견서 채택이 무산되었다. 이형균 위원장이 기존 결정을 물리고 ‘수신료 관련한 입장은 다음 위원회로 넘기는 게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KBS는 즉각(23일) 새로운 시청자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KBS 이사회에 이어 시청자위원회 역시 의견 합의에 실패한 것은 KBS경영진이 수신료 인상안을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경영진과 이사회 사이의 교통정리도 안 된 상황에서 사측의 일방적인 인상안을 불쑥 내민 것부터가 잘못된 일이다. 오죽했으면 수신료 인상에 찬성하는 위원들 내부에서조차 “사측이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부실하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겠는가. 시청자위원회가 거수기 부대가 아니고서야 이런 반쪽짜리 인상안을 위해 총대를 메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23기 시청자위가 다음 위원회로 결정을 넘긴 것은 KBS경영진의 뜻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신료 반대 의견이 포함된 시청자위 의견서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청자위를 새로 구성해 처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길환영 사장의 계산이다. 이번에 발표된 24기 시청자위는 수신료 반대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분명한 목적 하에 구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새로 임명된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들이 시청자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을지 우려가 든다. 24기 시청자위원 중에는 KBS 간부 출신이 3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그 중 강대영씨는 부사장까지 지낸 인물로 연장자를 우선하는 관례에 따라 위원장이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되면 KBS는 이사장과 시청자위원장이 모두 KBS 출신으로 채워진다. 사회 각계각층을 균형 있게 대표해야 하는 자리에 KBS 출신 인사들이 대거 자리 잡고 앉은 것은 어떻게 봐도 부적절한 일이다. 또 일부 위원들은 과거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3기에서 수신료 인상에 찬성했던 위원들도 여러 명 연임됐다. 반면, 수신료 인상에 반대했던 위원들은 이번 명단에서 모두 제외됐다. 시청자운동단체들의 이름도 눈에 띄지 않는다.
 
KBS경영진의 이런 행태는 시청자위원회의 존재이유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시청자위원회는 시청자를 대표하는 기구로 방송사 경영진은 시청자위의 의견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 시청자위원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제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우겠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오만한 발상이다. 이렇게 무리한 일을 벌이고도 수신료 인상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판단착오이다. 시청자위에서 수신료 반대의견을 몰아낸다고 해서 KBS를 비판하는 거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인상안은 이미 실패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2013년 8월 2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