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평

MBC는 ‘전원 구조 안 됐다’는 보고 왜 묵살했나

by PCMR 2014. 5. 14.



[논평] 

MBC는 ‘전원 구조 안 됐다’는 보고 왜 묵살했나

- '단원고 전원 구조' 오보의 진상을 밝혀라 -

 

세월호 참사 관련 최악의 오보는 사고 당일 11시경부터 시작된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보도였다. 이 오보는 사고 초기 대응과정에서 엄청난 혼선을 일으키고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오보를 믿고 안심했던 실종자 가족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그런데 이 오보가 ‘어쩔 수 없는 실수’가 아니라 ‘미필적 고의’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어제(13일) 전국MBC기자회는 <최악의 오보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사고 당일 오전 MBC가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내보내게 된 과정이 담겨있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다. 기자회는 “목포MBC기자들이 당일(4월 16일) 오전 11시쯤 언론사 가운데 가장 먼저 사고해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기자들은 현장 지휘를 맡고 있던 목포해양경찰서장에게 전화를 해 취재했고, 구조자는 160여 명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미 다른 언론사에서는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고 한다.” 이에 “취재기자들은 구조자 숫자가 중복 집계 됐을 것으로 보고 데스크를 통해 서울 MBC 전국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MBC는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의 말을 무시하고 잘못된 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는 것이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MBC 현장기자들은) 선내에 갇혀 있는 인원이 최소 200여명에 이를 것이라고 네 차례 알렸으나,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MBC는 최악의 오보를 피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는 잘못된 보도가 확산되는 것을 막아 혼선을 없앨 수 있었다. 그런데 MBC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현장 기자들의 보고를 묵살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당시 뉴스를 찾아보면 오보의 진원지였던 YTN은 오전 11시경 "학생과 교사를 포함해 338명이 전원 구조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출처가 불분명(단원고, 해경, 경기도교육청 등)했으며, 적어도 사고 현장 가까이서 확인된 정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MBC는 속보를 내보낼 게 아니라 ‘전원 구조됐다’는 정보의 출처를 명확하게 확인하거나 현장 기자의 취재내용을 우선시 하는 선택을 하는 게 당연했다. 백번 양보해 속보를 내는 게 불가피했더라도 ‘전원 구조됐다고 알려졌지만 사고현장에서는 구조자가 160여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보도해야 마땅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MBC 기자회가 공개한 취재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6,800톤급 대형 여객선이 뱃머리만 남긴 채 잠겨 있었고 해경 경비정과 헬기, 어선들은 잠긴 선체 주변을 빙빙 돌기만 할 뿐 손을 전혀 쓰지 못했다. 잠수요원들은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기자들이 서울 MBC에 이 사실을 곧바로 알렸다면 MBC는 초기 구조작업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당일 오전부터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MBC는 그 날 저녁까지도 “해군 함정들은 물론 육군과 공군까지 동원 가능한 모든 전력이 구조작업에 총출동했다”, “해난 구조대 SSU와 해군 특수전 전단 UDT를 급파했다” 식의 ‘받아쓰기’ 보도만 반복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가.

 

MBC에 촉구한다. 즉각 세월호 유족 앞에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라. 오보를 막을 수 있었던 현장 취재 기자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보도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 취재 기자의 보고는 정확히 몇 시 몇 분에 이뤄졌으며, 보고는 누가 받았고, 보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누구인지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사고 초기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현장의 보고를 받고도 이를 보도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해명해야 할 것이다.


MBC에 분명히 경고한다. 이는 중대한 사안이다. 진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문 닫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2014년 5월 1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