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다수결’과 ‘거부권’의 정치로 공영방송 정상화 안 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송법 논의가 여야의 벼랑 끝 대결로 치닫고 있다. 여당은 어떤 대안도 없이 거부와 반대만 일삼고, 방송통신위원회는 국회 입법 논의를 무시한 채 이사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야당은 이에 맞서 방송법 강행처리를 추진하고,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오로지 자기 권한만 내세우는 극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너도나도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말하지만, 공영방송의 앞날은 위태롭기만 하다.
방통위는 28일 「KBS, 방송문화진흥회, EBS 임원 선임계획」을 의결하고, 이사 공모절차를 개시했다. 국회에서 개정 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행법에 따라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방통위의 책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국회의 입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공영방송 이사회의 과반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서둘러 이사를 뽑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절차적으로 보더라도 방통위가 기다리는 게 타당하다. 국회의 결정을 앞두고 이사를 선임해버리면 법률개정과 적용 시점에 따라 이사를 다시 뽑아야 하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칫하면 이사 지위를 두고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더욱이 대통령의 재가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대통령의 재의 여부를 미리 예단하여 절차를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국회 표결, 대통령의 결정을 기다린 후에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방통위는 ‘2인 체제’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2인 체제’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임명한 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통위법은 정치적 다양성을 위원 구성에 반영해서 입법 목적을 달성하도록 한다고 볼 수 있다”며 2인에 의한 임명은 위법성이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중요한 결정은 국회의 추천, 특히 야당 추천 위원이 포함된 상태에서 내려져야 한다는 취지다. 안 그래도 대통령 임명 2인만으로 구성된 방통위가 국회 입법 절차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방통위법의 목적을 거듭해서 위배하는 꼴이 된다.
언론계가 누차 요구하였듯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여야가 협상하여 방송법을 합의 처리하는 것이다. 여당은 이제라도 대안을 제시하고,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 야당은 새로 구성하는 이사회부터 개정안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하되 치열하게 협상하여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현재 공석인 방통위원 3인을 여야 합의로 추천함으로써 ‘2인 체제’의 위법성을 해소하고, 방통위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방통위는 이사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여야 협상을 기다려야 한다. ‘2인 체제’로 밀어붙인 모든 결정은 위법성 시비를 피할 길이 없다. 이미 방통위 결정을 뒤집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겪게 될 심각한 갈등과 혼란을 방통위가 대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가. 방통위는 국회가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을 추천하여 5인으로 정상화될 때까지 중요 안건의 논의를 보류하고, 2인 의결을 중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상대를 부정하고,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로는 결코 공영방송을 정상화할 수 없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거부권’과 ‘다수결’을 내려놓고, 타협과 조정의 정치를 복원하라. 대화와 협상의 민주주의를 실천하라. 그것이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길이다. (끝)
2024년 7월 1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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