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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시작부터 날치기 상정, 수신료 인상안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by PCMR 2013. 9. 11.

 

0704[논평]KBS수신료상정규탄.hwp

[논평]
시작부터 날치기 상정, 수신료 인상안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KBS가 결국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했다. KBS 이사 7명은 3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수신료를 최종 4,800원으로 올리는 안을 일방 상정했다. 나머지 이사 4명은 회의에 불참했다. 이들은 이사회 개최에 앞서 “수신료 인상의 전제와 원칙에 대한 이사회의 선 논의와 합의가 먼저”라며 “이를 무시하고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할 경우 작금의 수신료 인상 기도를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다수파의 밀어붙이기에 맞서 사실상 투쟁 선포를 한 것이다.  
 
첫 걸음부터 날치기로 뗀 이상 수신료 인상안 통과는 이미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밝혔듯이 수신료 인상 문제는 지금 논의할 때가 아니다. KBS가 총력을 기울여 추진한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서 폐기된 지 겨우 1년 남짓 지났을 뿐이다. 그 사이 시급히 수신료를 인상해야 할 어떠한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게다가 지금 국회에서는 KBS 지배구조 개선안을 논의하는 중이다. 수신료 인상은 국회논의 결과를 적용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환영 사장은 느닷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여당 추천 이사들은 다수의 힘으로 인상안 상정을 밀어붙였다. 반대파를 설득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도 모자랄 판에 여전히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단언컨대, 이런 식으로는 절대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KBS 소수 이사들이 요구한 내용은 합당한 것이다. 이들은 수신료 인상을 논의하기 위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첫째,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보장을 위한 제도의 마련, 둘째, 국민부담 최소화의 원칙 확인, 셋째,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마련이다. 이들의 주장은 KBS를 향한 국민들의 요구와도 맞닿아 있다.
 
그런데 여당 추천 이사인 한진만 씨가 이를 두고 “이전에도 나왔던 이야기”라며 ‘추상적이고 정치적’이라고 평가절하하고 나섰다. 한 씨의 주장대로라면 국회 방송 공정성 특위는 왜 허튼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 씨는 과거 수신료와 관련해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BBC는 천원을 벌면 천원을 어디에 사용한다는 항목을 정확하게 공개한다. KBS도 수신료가 어떻게 지출되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한 뒤에 수신료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 한 씨는 이런 얘기를 한 적도 있다. “필요한 인원은 어느 정도인지, 제작비는 얼마나 드는지, 수신료를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등 알지 못하고 이해가지 않는 게 너무나 많다. KBS는 국민이 이해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 수신료 인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소수 이사들의 요구와 똑같은 얘기다. 그런데 대체 뭐가 ‘추상적’이고, 누가 ‘정치적’이란 말인가. 한 씨야말로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학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야 하지 않겠나.
 
길환영 사장의 무모한 시도를 두고 KBS 안에서는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길 사장이 수신료 인상안을 자기 세력을 규합하고, 반대파를 압박하는 사내 정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길 사장 하는 꼴을 보니 전혀 근거 없는 얘기만은 아닌 것 같다. 이런 꼴을 보고도 과연 국민들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까? 지금 수신료 인상을 가로막고 있는 주범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KBS 사장이다. ‘길환영이 X맨’이다. 수신료 인상은 점점 더 불가능한 미션이 되어 가고 있다.
 
2013년 7월 4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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