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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기자회견문] 실효성없는 과방위 계류 AI 법안을 21대 국회에서 폐기하고 시민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AI법을 국회에서 마련해야 한다

by PCMR 2024. 5. 16.

 

[기자회견문]

실효성없는 과방위 계류 AI 법안은 21대 국회에서 폐기하고
시민 안전과 인권을 보호할 AI법을 22대 국회에서 마련해야 한다

 

겨우 20여 일 남은 21대 국회에 AI법안 처리를 요구하는 정부와 업계의 압박이 거세다. AI법안에 대하여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활동을 해온 우리 단체들은 21대 국회에 현행 AI 법안을 폐기하고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는 국제 기준을 반영해 22대 국회가 처리하도록 할 것을 요구한다.

 

인공지능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AI법안’)은 지난해 2월 14일 국회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도 일반에 공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우선허용 사후규제” 원칙은 물론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하여 아무런 금지나 처벌 조항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민사회의 비판은 받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개선 의견을 받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난 8일 취임 2주기를 맞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AI법안 통과를 국회에 요구하였다. 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번 회기 내 AI법안 처리를 요청한 데 이어 또다시 정부가 막바지 21대 국회에 AI법안 통과를 주문한 것이다. 한덕수 총리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AI법안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규제’와 ‘의무’를 담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이종호 장관은 시민사회가 우려하였던 “우선허용 사후규제” 조항이 수정안에서 삭제되어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내용이 수용되었으며 이 법이 제정되어야 “AI 범죄 처벌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우리 단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은 한덕수 총리와 이종호 장관의 주장과 다르다. 

 

시민사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한 이 법안의 문제점은, 노골적인 “우선허용 사후규제” 조항에 그치지 않는다. 현행 AI법안은 AI의 위험성에 대하여 실효성 없는 규정을 몇 개 두었을 뿐, 모든 AI 위험 대책을 기업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 즉 고위험 인공지능을 제공하거나 사용하는 사업자를 규제하거나, 너무 위험하여 우리 사회가 허용할수 없는 인공지능에 대해서 금지하지 않았으며,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도 두지 않았다.

 

또한 이 법안은 최근 인공지능 동향이나 국제 기준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챗GPT 등장 이후 주요 국가들에서 크게 신경을 써서 마련한, 범용 인공지능에 대한 적대적 테스트 의무 등 최신 내용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복잡한 인공지능의 위험성과 규제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22대 국회가 AI법을 국민 앞에서 투명하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마땅하다. 왜 정부와 업계는 굳이 며칠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충분한 숙의 없이 AI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기존에 AI 산업을 지원하는 지능정보화기본법이 시행중임에도 AI법이 또 추진되었던 것은, 이 법이 고위험 인공지능에 대한 실효적인 규제조항을 두지 않아 국내 AI 기업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었다. 최근 정부는 “우선허용 사후규제” 조항을 삭제하면서까지 국회에 시급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여러 언론이 업계와 정치권을 인용하며 연이어 보도한 대로 5월 21일부터 시작되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한국도 AI법을 제정했다는 보여주기식 성과를 내세우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 

 

AI법은 AI 기업 육성이라는 미명하에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희생하는 규제완화여서도 과기부의 체면치레용이어서도 안 된다. 주요 국가들이 마련한 AI 법제도의 핵심은 인공지능이 시민의 안전과 인권에 미치는 위험을 규제하기 위하여 그 제공자와 활용자에 대하여 높은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개최되었던 첫 AI 정상회의의 기조 또한 인공지능의 안전 위험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럽연합의 AI법은 사람의 잠재의식을 조작하거나, 노인과 장애인 등의 취약성을 악용하거나, 생체인식으로 정치적 의견 등 민감정보를 유추하거나, 개인적 특성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원격으로 얼굴인식하거나, 예측 치안 및 직장과 학교의 감정인식에 사용되는 인공지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였다. 교통, 직장, 학교, 경찰, 재판 등에서 쓰이는 고위험 인공지능의 경우 제공자 및 활용자에 대하여 위험평가 및 인권영향평가, 기술 문서화, 투명성, 인적 감독,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강한 의무를 부과하였다. 금지된 인공지능이나 고위험 인공지능에 부과된 의무를 위반하는 사업자에게는 전 세계 매출액의 3~7%를 과징금으로 부과한다.

 

미국 또한 2023년 10월 바이든 대통령이 AI행정명령으로 연방정부에서 조달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의무를 규정하였다. 특히 채용, 주택, 금융 서비스 등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시민권을 존중하며 소비자를 보호하도록 의무화하였으며, 데이터 품질과 차별 등에 대하여 다양한 사전, 사후 평가 제도를 검토하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이들 AI 규제 거버넌스는 산업부처나 과기부처가 아니라 소비자 안전 또는 소비자 보호 부처, 나아가 신규 부처가 주무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우리 22대 국회 역시 인공지능 규제 거버넌스 구조에 대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심이 아니라 국회 여러 상임위원회가 협력하여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21대 국회와 정부의 AI법안 추진은 국제사회의 흐름과 크게 대조적이다. 우리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AI법은 최근의 국제기준 수준에 부합하며 AI 위험으로부터 영향을 받게 될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견고한 법이다. 22대 국회가 제대로 그 입법적 역할을 해 줄 것을 간곡히 바란다. 끝.

 

2024. 5. 14.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광주인권지기 활짝, 무상의료운동본부, 문화연대 기술미디어문화위원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서울YMCA 시민중계실, 언론개혁시민연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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