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유승민 새 원내대표에게 바란다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지켜라 -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로 유승민 의원이 당선됐다. 유 원내대표는 이번 경선에서 ‘당의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이젠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며 당·청 관계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의 진단대로 박근혜 정권은 현재 심각한 위기다. 지지율이 급락해 집권3년차에 벌서 ‘레임덕’이란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집권여당부터 바뀌어야 한다. 뼈를 깎는 쇄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국정혼란을 바로 잡아야 할 막중한 책무가 유 원내대표의 어깨 위에 놓여있다.
유 원내대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범한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이 정권에 싸늘히 등을 돌린 것은 바로 독선과 불통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100% 대한민국’을 외치며 ‘국민대통합’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무분별한 ‘종북몰이’로 이념갈등을 초래하고, 반대세력을 탄압했다. 하물며 여당에서 나오는 고언(苦言)에도 귀를 닫았다. 친박·측근 인사들만 곁에 두고 감싸고돌았다. 민심이 떠난 자리에 ‘문고리’와 ‘십상시’만 남았다고 할 정도다. ‘국민행복시대’라는 슬로건도 허상에 불과했다. 경제위기를 빌미로 재벌·대기업에게는 각종 특혜를 주고, 서민에게는 고통을 강요했다. 온갖 서민증세는 다 밀어붙이면서, 부자증세는 끝내 외면했다. 99% 서민들은 ‘국민행복시대’가 아니라 ‘1% 행복시대’를 견디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통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외면한 국민 다수를 끌어안아야 한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민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던져야 하는 말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 그게 바로 박근혜식 불통이다. 유 원내대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그 자신도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듣기 싫은 소리를 듣고,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등 돌린 민심이 되돌아온다.
꽉 막힌 불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언론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권력에 대한 ‘쓴소리’는 본래 언론의 책무이다. 특히, 공영방송은 국민들을 대신해 끊임없이 정권을 감시·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공영방송에서 ‘쓴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다. KBS, MBC만 보면 이 정권 누구라도 ‘내가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게 된다. 부당한 권력은 언론을 장악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려고 한다. 그러나 장악된 언론이야말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문고리’ 권력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이 불통의 장벽을 허물어야만 한다.
다행스럽게도 유 원내대표는 공영방송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소신을 밝힌 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2012년 언론노조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언론사 연대파업은) 공정 보도를 위한 기자·PD들의 염원이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더욱 주목하는 것은 이어진 발언이다. 유 원내대표는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는 현행 KBS, MBC 사장 선임 방식으로는 이 같은 투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KBS 김인규, MBC 김재철 사장 퇴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진정한 공영방송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 방송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원내대표의 이런 소신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유 원내대표는 상대 이주영 후보가 “방송사 노조 파업을 지지해 새누리당 총선후보를 어렵게 했다”고 공격하자 “내가 강조한 것은 공영방송이 정치적 영향력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말이 아니다. 개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발언을 두고는 “당연한 공자님 말씀을 한 것”이라고 맞섰다.
우리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말에 동의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공자님 말씀처럼 당연한 얘기다. 언론노조, 언론시민단체 뿐이 아니다. 유 원내대표 얘기처럼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도 파업 사태에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금세 모른 채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하겠다”고 나선 유 원내대표가 공영방송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수 있는” 언론환경을 만드는 일에도 적극 나설 것을 기대한다. 오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찬가지 이치다. 언론장악 종식 없는 불통해소는 불가능하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지켜라. 부디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약속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2015년 2월 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 사장’ LG·SK가 책임져라! (0) | 2015.02.07 |
---|---|
‘보도통제’, ‘언론 협박’ 이완구는 즉각 사퇴하라 (0) | 2015.02.06 |
MBC 경영진은 권력 향한 철없는 충성 경쟁을 중단하라! (0) | 2015.02.02 |
권성민PD 부당해고에 저항하는 언론인들을 지지한다 (0) | 2015.01.29 |
방심위의 ‘공정성 심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0) | 2015.01.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