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청와대-방심위 언론통제 커넥션’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TV조선>은 14일 ‘김영한 비망록’을 인용해 박근혜 정권의 언론통제 실상을 폭로했다. 청와대의 공격은 전 방위적이었다. 비판언론을 옥죄기 위해 고소․고발, 압수수색, 세무조사 등 온갖 수단이 동원됐다. 그 중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활용방안’도 포함됐다. 청와대가 방심위를 언론통제의 수단으로 직접 활용한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청와대가 방심위에 어떤 지시를 내렸으며, 방심위는 이를 어떻게 수행하여 왔는지 전모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김영한 비망록에는 “언론환경(의) 악화에 따라 문제 보도(가) 범람”하고 있다며 “시스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방심위) 활용방안을 마련하라”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이 적혀있다. 이런 지시는 청와대가 방심위를 직접 통제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비망록 작성이 시작된 2014년 6월, 청와대는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박효종씨를 임명한다. 주지하다시피 박 씨는 박근혜 경선캠프-대선캠프-인수위를 두루 거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다.
김기춘의 지시는 그대로 이행됐다. 2015년 1월 <채널A> 이남희 기자는 <청와대 15시>라는 프로그램에서 박근혜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비교하며 ‘세습정치’란 표현을 사용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습’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세습’이란 말을 입에 담은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다. <TV조선>에 따르면 “방송 다음날 비망록엔 ‘채널A 기자 ‘세습’ 발언 방통(심의)위 조치토록 할 것’이란 글자가, 이틀 뒤엔 (함께 출연한 평론가) 박(상병)씨에 대한 ‘출금’, 즉 출연금지 논의가 적혀있다”
실제 얼마 뒤 해당 프로그램은 방심위에 제소됐고, 프로그램이 곧 폐지됐다. 당시 의견진술을 위해 방심위에 출석한 이기홍 채널A 보도 부본부장은 “이번 방심위 의견진술 요청이 계기가 돼 다음 주부터 <청와대 25시> 프로그램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진술한다. 이 부본부장은 “폐지시기를 가속화하게 된 계기가 방심위에 민원이 들어왔다는 통보였다. 다음 주부터 폐지하기로 결정했다”(PD저널, 2015.01.29.자 보도)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지시에 따른 청부심의가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진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윤석민 전 방심위원(서울대 교수)의 사퇴도 청와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14년 6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한 3인 중 한명으로 위촉된 윤 교수는 임기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인 그해 12월 돌연 위원직을 사퇴했다. 당시 윤 교수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었지만 언론계에서는 ‘KBS 문창극 보도 심의에 따른 강제해임’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교수는 2014년 8~9월 사이에 이뤄진 KBS뉴스9 <문창극, “일본 지배 하나님 뜻” 발언 파문>(2014년 6월 11일 방송) 보도 등에 대한 심의에서 언론학계 의견청취를 주장하는가 하면, 정부여당 추천 위원 다수가 최고 수위 제재인 ‘관계자에 대한 징계’(벌점 5점)를 주장할 때 2단계 아래인 ‘주의’(벌점 1점) 의견을 낸 바 있다. 결국 KBS ‘문창극 보도’ 심의는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권고)로 최종 결정이 났는데, 이로 인해 윤 교수가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분석이 나왔던 것이다. ‘김영한 비망록’은 김기춘이 노골적인 언론공격을 지시한 시점을 2014년 6~7월로 기록하고 있다. 이때는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속 낙마하며 인사 참사와 국정공백이 이어지던 시기다. 김기춘의 지시와 윤석민의 사퇴는 과연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 박근혜 대통령은 윤 교수의 후임으로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해 온 조영기 고려대 교수를 임명했다. 그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김광동 이사 등과 함께 ‘친북인명사전’ 편찬을 추진하고, 차기환 KBS 이사, 정미홍 정의실현국민연대 대표 등과 함께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본부’에서 활동한 인물이다. 또한 <뉴스타파>는 조 교수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과 접촉하여 ‘국정원 대선개입’을 옹호하는 기고문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청와대 뜻을 거역한 윤 교수를 날리고, 그 자리에 청와대 입맛에 맞는 극우인사를 임명했다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청와대 개입이 의심되는 사례는 또 있다. 2014년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7시간 행적 등과 관련하여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발언한다. 그 발언 직후인 9월 18일 대검찰청 형사부는 <사이버 상 허위사실 유포사범 엄단을 위한 범정부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는 ‘카카오톡 사찰’ 논란으로 이어지며, 대규모 ‘사이버 망명’사태가 발생하는 계기가 된다. 당시 회의 자료에는 ‘방심위를 통한 인터넷 게시물 즉각 삭제 방안’이 담겨 있다. 참여연대의 분석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 들어 ‘제3자 고발에 의한 명예훼손 수사’가 속출했다. 대통령 발언이 나온 이후 ‘산케이신문 지국장 명예훼손 기소’(2014년 10월), ‘세계일보 정윤회 비선실세 보도 명예훼손 고소’(2014년 11월), ‘세월호 7시간 발언에 대한 박래군 인권활동가 명예훼손 기소’(2015년 8월) 등이 이어졌다. 이에 발맞춰 방심위는 2015년 7월 9일 인터넷 명예훼손 글을 피해 당사자의 신청 없이 제3자의 신청이나 자체 인지만으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개정에 착수한다. 그런데 이 개정조항은 불과 1년 반 전인 2014년 1월 9일 ‘친고죄’ 형식으로 개정된 것이어서 그 배경을 둘러싸고 ‘청와대 지시 의혹’이 일었다. 박효종 위원장은 당시 주변에 ‘나도 어쩔 수 없다. 꼭 해야 한다’며 외압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을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계에서는 ‘개정안이 무산되면 박효종 위원장이 해임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2008년 MB 정권 출범과 함께 설립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민간독립기구’라는 대외용 포장과 달리 정권의 언론통제기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리고 이제 베일 속에 감춰졌던 숱한 의혹의 실체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박근혜-언론 게이트’의 청산을 위해서는 ‘청와대-방심위 커넥션’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국회는 즉각 ‘박근혜-언론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라. 짓밟힌 언론자유를 되찾기 위해 이제 방심위를 역사의 휴지통에 던져버려야 할 때이다. <끝>
2016년 11월 1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의자 박근혜는 끝장 토론이 아니라 끝장 수사를 받아라! (0) | 2016.12.02 |
---|---|
박근혜 게이트 핵심은 ‘창조경제’, 몸통은 ‘미래부’다! (0) | 2016.11.21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상정거부는 보수정권 연장 시도다! (0) | 2016.11.16 |
박근혜-언론 게이트를 특검 수사 대상에 명시하라! (0) | 2016.11.15 |
모든 언론이 나서야 한다. 국정농단의 진실을 파헤쳐라. (0) | 2016.10.2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