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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방송계 갑질 관행 묵인한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

by PCMR 2018. 4. 19.

 

 

 

[논평]

방송계 갑질 관행 묵인한 공정위의 잘못된 결정

 40% 간접비 요구가 갑질이 아니란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다. EBS가 정부 제작지원금의 40%를 간접비로 떼어가는 것은 부당하다며 박환성 PD가 제기한 민원을 공정위가 무혐의 처리했다고 한다. 방송계 갑질 관행을 묵인한 잘못된 결정이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공정위는 EBSRAPA지원금의 40%를 간접비로 요구한 것에 대해 간접비를 지급할 것을 강요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게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EBS가 아무런 요구도 하지 않았는데 박 PD가 스스로 우월적 지위의 방송사와 갈등을 자처하며 공정위 제소까지 나섰단 말인가? 이 말은 박 PD에게 간접비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EBS의 주장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은 것이다. 공정위는 간접비 요구를 확인하기 위하여 누구를, 어떻게 조사하였는지 조사대상과 시기, 조사방식과 결과를 상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간접비를 강요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는 대목에서 이 조사의 근본적 한계를 엿볼 수 있다. PD가 공정위에 요구한 것은 정부지원금을 협찬으로 간주하여 40%를 간접비로 차감하는 EBS의 규정이 타당한 것이냐 판단해달라는 것이지 강요 여부가 아니었다. 공정위에 묻는다. 강요가 없었다면 40% 간접비 요구는 갑질이 아니라는 말인가?

 

또한 공정위는 PDEBS와 맺은 외주제작계약에 따르면 지식재산권이 EBS에 있으며 EBS가 박 PD에게 RAPA 협약서상 지식재산권 관련 내용을 수정·보완할 것을 요청한 것이므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는 방송계 갑을 구조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한 결정이다.

 

이런 결론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EBS와 박 PD 간의 계약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PD가 부당하게 계약을 위반했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생전에 박 PD는 공정위에 EBS가 저작권을 독점하는 계약을 강요하고 있다며 이 부분도 같이 조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한 답부터 내놓아야 한다.

 

공정위는 전체 맥락을 살피지 않고 한 부분만을 부각하여 사안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공정위 결정에는 박 PD가 제작현장에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이 삭제돼있다. PD<야수의 방주> 제작비로 21천만 원을 신청하였으나 7천만 원이 삭감돼 제작비가 부족했다. 제작비는 누가 결정하는가? 계약과 동시에 저작권을 포함해 모든 권리가 방송사에게 넘어간다.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정부 제작지원에 응모하자 사전협의를 안 했다며 계약위반이라 엄포를 놓는다. 전례 없는 촬영본 시사를 통보한다. 한쪽에서는 계약위반이라 하면서 다른 편에서는 40% 간접비 규정을 내밀며 계약서를 수정해오라고 요구한다. 공정위의 판단에 따르면 이 모든 과정은 공정거래법에 위반되지 않는”, 고로 공정한 거래이다. EBS는 간접비를 요구한 적이 없으며, PDEBS와 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수정을 요청한 것도 타당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게 박 PD 잘못이란 얘기다.

 

이게 11달을 끌며 조사해 내린 결론이란 말인가? 수용할 수 없다. 공정위의 결정은 갑에게 면죄부를 주고, 을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 앞뒤가 뒤바뀐 불공정한 것이다. 언론연대는 공정위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즉시 재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번 결정이 공정위가 최선을 다한 결과라 믿고 싶지 않다. 방송계 불공정거래 관행의 털끝조차 건드리지 못하는 공정위가 무슨 재벌개혁을 운운 한단 말인가! ()

 

2018419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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