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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KBS 프로그램 진행자 하루아침에 교체되고 폐지되고, 방송이 장난인가

by PCMR 2023. 11. 14.

(화면=오마이뉴스)

[논평]

KBS 프로그램 진행자 하루아침에 교체되고 폐지되고, 방송이 장난인가

: KBS 박민 신임 사장의 광폭행보는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다

 

방송이 장난인가. KBS의 현 상황을 보면 이 말이 절로 나온다. KBS 메인뉴스를 비롯한 보도·시사 방송 진행자, 패널들이 하루아침에 교체됐다.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다. 박민 신임사장이 강조하는 신뢰받는 KBS’는 이렇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개편 설명도 없이 메인뉴스 진행자 교체, 이것이 신뢰받는 KBS를 만드는 길인가

 

KBS13(어제) 갑작스럽게 메인뉴스 <뉴스9>의 앵커를 교체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야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우가 다르다. ‘KBS 첫 여성 메인뉴스 진행자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고, 4년간 뉴스를 진행해 온 이소정 앵커였다. 하지만 그는 시청자들한테 마지막 인사도 남기지 못한 채 마이크를 내려놔야 했다. 장한식 보도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새로운 사장 취임을 계기로 국민들한테 새롭고 달라진 KBS를 보여주자”, “보다 완전하게 공정한 뉴스를 보여주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적합한 답이 아니다. 그런 이유라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임자를 선발하면 될 일이다.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설명도 없이 첫 여성 메인 앵커의 마이크를 다시 50대 남성에게 넘기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혁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근래 KBS에서 벌어진 일들은 이상한 일 천지다. KBS 박민 사장이 취임도 전에 내가 차기 OOO인데라는 인물이 등장해 뉴스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및 패널들의 교체를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그렇게 KBS <뉴스광장> 김태욱, 이윤정 앵커와 KBS <사사건건> 이재석 앵커가 하루아침에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시사 라디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KBS1 라디오 <최강시사>를 진행해왔던 김기화 기자도 인사도 없이 프로그램을 떠났다.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도 예고 없이 교체됐고, KBS <더 라이브>는 아예 편성이 사라졌다.

 

KBS에서 벌어진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다. 박민 사장은 본부장을 중심으로 인사가 진행됐다”, “(나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이다. 이번에 발표된 인사에서 구성원들의 임명동의를 받아야 할 통합뉴스룸국장을 비롯한 5개 국장단의 명단이 빠진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이 상태에서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진행자가 교체되는 것 자체가 공영방송의 운영 원칙에 맞지 않다.

 

KBS의 뉴스 등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는 통상적인 절차와도 맞지 않다. 과거에는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 시청자들한테 먼저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 KBS가 어떤 비전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하는지 누가 언제부터 진행하는지가 함께 공개됐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프로그램이 종영되거나 개편으로 마이크를 놓게 되는 경우, 진행자들은 시청자들한테 방송을 통해 인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왔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그것이 방송 종사자에 대한 존중과 시청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어차피 진행자 교체는 예견됐던 일이라고 이야기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절차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방송 프로그램은 수많은 제작진들이 땀을 흘리며 만드는 것으로, 그 안에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들한테는 프로그램 종영과 개편은 해고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송프로그램을 결방할 때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서면으로 사전에 고지하도록 표준계약서에 명기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여기에 있다. 특히, KBS<저널리즘J> 프로그램 개편 당시 한 차례 논란을 겪은 바 있기도 하다.

 

KBS 박민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 효율이라는 게 기본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란 말인가. 박민 사장의 이 같은 행보는 비단 상식과 예의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주장하듯이 단체협약편성규약위반이다. 현행 단체협약에는 편성·제작·보도 책임자는 실무자 의견을 존중해 합리적 절차·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하고 프로그램 긴급 편성 시 교섭대표노조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KBS 편성규약 또한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가 결정한 과징금, “수용하겠다KBS 박민 사장

 

박민 사장은 14(오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으로써 핵심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해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이라고 사과했다. 공영방송 신임 사장이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것까지 폄훼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이라는 타이틀과 그 안에서 나온 발언들은 기시감에 들게 한다.

 

이날 박민 사장은 KBS의 불공정 보도의 대표적 사례로 뉴스타파-김만배 녹취 인용보도를 언급했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정한 과징금 3000만원에 대해 “(재심요청 없이)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신문윤리위는 앞서 김만배 씨와 신학림 씨는 대선 여론 조작을 위한 기획 인터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사실 관계는 검찰 최종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라면서 대선공작이라고 보도한 조선일보에 대해 주의조치를 내렸다. 법원의 판결 이전부터 KBS 보도를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는 태도 그리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과징금 조치는 법원에서 뒤집힐 거라는 의견이 우세함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는 그 자체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박민 사장은 또한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해당 기자나 PD는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최대한 엄정하게 징계하겠다면서 주요 불공정 방송의 경유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 백서를 발생하겠다. 해당 사안에 대해 살펴서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도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공정이라는 기준은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일방적인 불공정의 기준과 잣대로 KBS구성원을 낙인찍어 제작 업무에서 배제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KBS 박민 사장은 방송전문성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누구보다도 빠르게 조직을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언론의 자유를 바로 세우는 방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모습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동관 방통위원장, 류희림 방송통신심위원장과 닮았다. 유사한 게 또 있었다. 코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 노동조합에 대해 취임식 출입을 불허한 사건이 그것이다. KBS의 앞날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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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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