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가인권위원회 문 닫자는 얘기인가
: 윤석열 대통령의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 지명에 부쳐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수자 인권의 확장을 위해 일해야 할 곳에 반인권 인사를 내정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후보자의 결격성은 ‘소수자 차별 발언’ 수준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인권위의 존립이 위태롭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는 최종 5명의 명단에 이름이 올랐을 때(7월 25일)부터 인권단체들 중심으로 ‘부적격’ 목소리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은 곧바로 안창호 후보자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반대 운동에 적극 나선 인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안창호 후보를 국가인권위원장으로 지명하면, 스스로 소수자 인권을 외면하는 정부라고 시인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창호 후보는 실제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다수의 반인권적인 의견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대체복무제가 없는 「병역법」이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왔던 때도 반대 입장을 고수했으며,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합헌 의견을 냈다. 사형제 존속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을 밝혔다. 그의 신념은 국제인권 기준에 반할 뿐 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가 견지해온 입장과도 배치된다.
안창호 후보자가 국가인권위원장으로서 부적격 인사라는 사실은 그의 저서나 칼럼,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안창호 후보는 책 「왜 대한민국 헌법인가」에서 “차별금지법은 성경적 세계관 및 창조 질서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면서 “동성 가족에서 성장하는 어린이들은 정신적 치료가 필요하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에이즈, 항문암, A형 간염 같은 질병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썼다. 명백한 허위정보에 따른 혐오다. 그가 주축이 돼 창립한 ‘복음법률가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한 권고를 내릴 때마다 “인권독재”라고 부정했다. 여기에 더해 헌법재판관 퇴임 후 미성년 성매매 및 불법 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리조트 회장 아들(가해자)을 변호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가 인권위원장에 부적절하다고 말하는 게 입이 아플 정도다.
참담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아전인수격 태도다.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후보자(안창호) 인사청문요청안>에는 안창호 후보의 헌법재판관 당시 행적에 대해 “인간존엄성과 헌법정신을 기준으로 인권의 보호와 증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힘썼다”고 적혀있다. 또한 “약 40년에 걸친 법조인 생활 동안 인권신장에 관한 확고한 신념으로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하여 힘썼다”고 강조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언론연대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감수성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인사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는 앞서 대전MBC 유지은 아나운서의 채용 성차별 사건과 연합뉴스TV의 출산 후 복귀 거부 사건에 대한 인용 결정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영방송 이사 임명 시 ‘특정 성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령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지상파 메인뉴스에 수어통역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곳도 인권위이다.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협력해 「인권보도준칙」을 만들었다. 여기에 꾸준히 공적 인물이나 공공의 관심 사안에 대해서는 임시조치(블라인드)에서 제외하는 기준을 마련하라는 권고하는 등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경고의 목소리가 윤석열 정부에는 소귀에 경 읽기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김형석을 독립기념관장에 앉혔고, 방송통신위원장에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이진숙을, 노동부 장관에 반노동 인사 김문수를 임명하지 않았나. 앞서 진실화해위를 부정했던 김광동을 위원장에 올리기도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이런 이른바 ‘부적격’ 인사들이 한국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여러 조직들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의 고유 기능마저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앞날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김용원, 김충상 인권위원으로 인해 ‘바닥’으로 떨어진 인권위의 위상을 어쩌란 말인가.
안창호 인권위원장 후보자 지명은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은 ‘조직 장악’일 뿐이란 사실을 재확인해줬다. 대통령의 인사에는 권한만 있지 권한에 따른 무게감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무소불위한 권력 앞에 우리들의 반대 목소리는 미미하게 들릴 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안창호 인권위원장 임명에 반대한다. 그것이 곧 정의이고 인권이기 때문이다. (끝)
2024년 8월 22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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