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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문재인 대통령 ‘왼손경례’ 사진이 코로나19 방역에 중대한 위험 초래?

by PCMR 2020. 3. 13.

 

[논평]

문재인 대통령 ‘왼손경례’ 사진이 코로나19 방역에 중대한 위험 초래?
: 제8조 적용, 공인의 명예훼손성 게시글 기준없이 삭제 가능하다는 의미

 

방통심의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왼손경례’ 사진과 김정숙 여사의 ‘일본산 마스크’ 게시글에 대해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연대는 해당 게시글이 코로나19 방역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했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정치심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는 12일 김정숙 여사가 일본산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인터넷 게시글에 대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인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적용해 삭제를 의결했다. 앞서 11일에는 같은 조항을 적용해 문재인 대통령의 왼손경례 사진에 대해 삭제 조치를 결정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밖에 얘기할 수 없다. 방통심의위는 3월 초 ‘코로나19 관련 사회혼란 야기 정보에 대해 신속 대처하겠다’고 밝혔었다.

 

한국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혼란에 빠져 있다. 현재 7900명에 이르는 확진자와 67명의 사망자(3월 13일 기준)가 발생했다. 마스크 부족사태로 인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그만큼 코로나19는 실질적인 공포다. 그 같은 공포로 인해 특정 지역과 국가 등에 대한 혐오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코로나19의 위험과 전면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에 박수를 보내며 어느 때보다도 침착하게 이 사태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우한지역 거주 교민과 그의 가족들이 귀국 했을 때를 기억할 것이다. 반대의 목소리는 곧바로 응원의 목소리로 뒤덮였다. 최근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이 이어지듯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코로나19는 분명한 비상상황이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 감염병을 관리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잘못된 정보가 퍼지는 것을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또한 코로나19 방역 활동에 방해되는 요소로 ‘가짜뉴스’를 지목한 바 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정도의 허위정보라면 대응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민들의 표현을 제약하는 데 있어서 엄격해야한다는 사실 또한 잊어선 안 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상황이더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과연, 문재인 대통령 ‘왼손경례’와 김정숙 여사 ‘일본산 마스크’ 게시글은 방역활동을 방해하고 있나? 해당 게시물은 중수본이 방통심의위에 삭제를 요청할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관련해 각 언론 및 개인들의 ‘팩트체크’ 또한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로 인해, 이번에 문제가 된 게시글 역시 이미 허위정보로 판명 난 상황이었다. 해당 글이 ‘사회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정보’라고 보기 어려웠다는 말이다. 또한 삭제해야할 시급성 또한 있었다고 볼 수 없다.

 

방통심의위가 문재인 대통령 ‘왼손경례’와 김정숙 여사 ‘일본산 마스크’ 게시글을 삭제를 결정하며 적용한 조항 또한 적절한지 의문이다. 해당 조항은 그동안 정부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의 글도 삭제해 사회적 소통을 막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현저히”라는 용어를 통해 엄격성을 요하고 있지만 무분별하게 적용돼 오기도 했다.

 

방통심의위가 삭제를 의결한 문재인 대통령 ‘왼손경례’ 사진과 김정숙 여사의 ‘일본산 마스크’ 게시글은 사실상 공인의 ‘명예’와 관련된 글로 보는 게 합당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떠올려봐야 할 사건이 있다.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 방통심의위(위원장 박효종)가 인터넷 상 명예훼손 게시글에 대해 제3자 및 직권심의가 가능하도록 심의규정을 개정했던 때이다. 그 당시 시민사회는 이야기했었다. 당사자가 심의를 요청하면 명예훼손 심의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제3자 혹은 인지심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이다. 방통심의위는 논란 끝에 심의규정을 개정하되 ‘공인’은 당사자(및 대리인)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심의가 개시되도록 의결한 바 있다. 물론, 그 후에도 시민사회의 비판은 이어져왔다.

 

이번 방통심의위의 심의는 2015년 박근혜 정부 시절의 논란보다도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사실상 명예와 관련한 게시글을 <정보통신심의에 관한 규정> 제8조를 적용해 삭제한 것은 문제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향후,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성 글 역시도 제3자의 요청 혹은 방통심의위의 인지에 따라 ‘사회질서를 해한다’는 명목으로 시정조치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는 출범과 함께 끊임없이 ‘정치심의’ 논란에 시달려 왔다. 그런 점에서 시민사회는 문재인 정부에서 출범한 4기 방통심의위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방통심의위 또한 그런 요구에 발맞춰 여러 부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노력까지 폄훼해선 안 된다. 하지만 최근 방통심의위가 보여주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 공교롭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에 대하여 중징계를 내렸다. 공교롭게도 이번 심의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지난 정권에서 끊임없이 던졌던 질문을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방통심의위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2020년 3월 1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전규찬, 최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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