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대통령 전용기 취재 제한,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11일부터 시작되는 동남아 순방에서 MBC 출입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다. 이번 사안은 언론자유와 책무에 관한 중대한 침해라는 점에서 언론사회가 절대 용인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 거부 통보’와 관련해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 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들도 그렇고 외교안보 이슈에 관해서는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이고,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주면 되겠다”고 밝혔다. 누가 보더라도 지난 9월 외교순방 당시 욕설·비속어 논란을 염두에 둔 보복성 조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실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서 분명히 알아야 할 게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욕설·비속어 논란에 있어 국민들의 평가는 이미 내려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바이든’으로 들렸건, ‘날리면’으로 들렸건 그건 중요치 않다. 논란 이후, 대통령실은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고 뒤늦게 MBC를 ‘편파·왜곡보도’으로 몰고 간 그 대처가 부적절했다는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했다는 말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MBC의 취재 제한과 관련해 또 다시 ‘국익’을 거론했다. 언론의 권력비판을 국익의 훼손으로 바라보는 왜곡된 언론관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제멋대로 국익의 기준을 정하고, ‘언론은 국익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그릇된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문제들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재 편의 제공이란 말은 또 어떤가. 대통령 전용기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대통령이 공적 업무를 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업무를 취재하는 기자단의 전용기 탑승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대통령이 보장해야 할 책무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마치 대통령의 권한으로 기자단에게 시혜를 베푸는 듯한 대통령의 인식은 충격적이다. 대통령실은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불허 결정을 즉각 거둬들여야 한다. 그리고 언론이 가지는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길 바란다.
MBC는 ‘별도 여객기 티켓을 확보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일정을 취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타 언론사들 역시 특정 언론사가 배제된 상황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전용기를 탑승한다는 의미를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엔 MBC가 취재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이를 용인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른 또 다른 언론사가 다음 타깃이 될 것이다. 특정 언론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번 사안을 특정 언론사에 대한 ‘취재 제한’이나 ‘보복’의 관점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전용기 탑승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공되는 ‘편의’이며, 기자단의 취재는 시민에 대한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치 성향을 넘어 언론 전체가 언론자유를 지키고 시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길 바란다.
2022년 11월 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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