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미디어 법안에 관한 논평]
언론개혁입법, 민주적 과정을 통해 완성해야 한다
민주당이 언론개혁 당론을 채택하고,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주된 내용은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온라인분쟁조정제도를 통한 인터넷 ‘허위조작정보’ 규제, △포털의 뉴스추천서비스 금지이다. 언론계 해묵은 과제인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건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중에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내용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제기된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과잉규제를 고수한 결과이다. 앞으로 국회 특위에서 숙의의 과정를 통해 독소조항을 걸러내야 한다.
이사회 구성-사장 임명 방식 ‘합의 처리’하고, 공영방송 거버넌스 논의로 확대해야
민주당이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안으로 채택한 <운영위원회안>(정필모 의원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25명으로 늘리고, 시청자추천평가위원회 복수 추천을 거쳐 특별다수제(3분의 2이상의 찬성)로 사장을 뽑는 방안이다. ‘운영위원회’는 각각 △국회(8명-교섭단체 7명, 비교섭단체 1명) △방송통신위원회가 선정한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3명) △시청자위원회(3명) △한국방송협회(2명) △종사자 대표(2명) △방송기자연합회(1명) △한국PD연합회(1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1명),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4명, KBS, 방문진), △교육 관련 단체,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각2명씩, EBS) 등이 추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학계, 시청자위원회, 종사자 대표 등의 추천을 포함하여 정치적 후견주의를 완화하고, 시도의회 추천, 성 평등 규정(특정 性의 10분의 7 초과 금지)을 도입하여 지역성과 다양성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25인으로 늘어나는 운영위원회의 (새로운) 역할 설정을 포함하여 공영방송 운영 전반에 걸친 ‘협치의 관계망과 공적책무 시스템’(=거버넌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사장을 임명하기 위한 개정안이 된 것은 한계이다. 사장 임명의 양상은 달라질지 모르지만 공영방송 거버넌스 문제는 그대로 남게 되는 셈이다.
또한 이 방안은 운영위원-추천단체의 사회적 대표성에 관한 합의에 이르기 위해 상당한 토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위원회 추천의 경우에도 사실상 사장이 위촉권한을 가지고 있어 관계 법령의 정비가 필요하다. 성 평등 규정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대로 ‘10분의 6’으로 수정해야 한다. 이와 같이 미흡한 내용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보완해야 하며, 여야가 합의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어서 공영방송 제도 전반을 개선하는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온라인분쟁조정위’ 법안, ‘허위조작정보’와 ‘강제 조정 권한’ 삭제 필요
인터넷 ‘가짜뉴스’를 규제하기 위한 <전기통신망법 개정안>(김종민 의원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명예훼손분쟁조정부를 ‘온라인분쟁조정위원회’(이하 온라인조정위)로 확대 신설, △권리침해정보에 ‘허위조작정보’를 포함하여, △온라인조정위가 심의·조정토록 하고 △그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이다.
디지털 소통에 비례하여 늘어나는 권리침해 분쟁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분쟁조정기구를 확대개편하는 건 바람직한 입법 방향이다. 임시조치를 당한 게재자가 분쟁조정을 신청을 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한 것도 표현의 자유와 균형을 맞춘 진일보한 대안이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의 정의를 신설하여 권리침해정보에 포함한 점, 나아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심의 결정에 따르도록 강제하고, △이의제기절차를 보장하지 않은 채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 등은 위헌의 소지가 있어 수정해야 한다.
해당법안은 허위조작정보를 “정치·경제적 이익 또는 음해, 혐오 조장, 협박, 선전선동 등의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화상 또는 영상 등을 본질적인 내용이나 사실과 다르게 생성·변형·조합하여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로 허위사실의 입증이 가능한 정보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이러한 정의 규정은 명확성이 떨어지고, 광범위해 헌법적 기준에 어긋난다.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허위사실의 입증이 가능한” 등의 내용이 불명확하여 구성 요건을 파악하기가 힘들다. 목적성에서도 “정치·경제적 이익 또는 음해, 혐오 조장, 협박, 선전선동 등”으로 규정하여 구체적인 범위를 한정하기 어렵다.
정의 규정의 문제를 떠나 온라인분쟁조정 대상에 허위조작정보를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없다. 분쟁조정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권리침해 주장과 소명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허위조작정보로 인하여 발생하는 권리침해정보를 별도로 병기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법안은 분쟁조정이 아니라 당사자의 동의 없는 강제적 중재제도와 유사하다. 당사자가 심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이의제기절차가 존재하지 않으며, 그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한다. 이처럼 분쟁조정절차가 분쟁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자율적 분쟁해결 제도의 목적에 어긋날 뿐더러 적법절차 위반의 소지가 크다.
따라서 이 법안은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온라인조정위의 강제적 심의 권한’을 삭제하고,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절차를 균형 있게 보장하여 온라인분쟁조정제도의 본래 목적에 맞도록 법안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모호하게 규정된 심의와 조정의 절차도 명확하게 손 봐야 한다.
과도하지만 실효성은 의심되는 ‘포털뉴스편집금지법’
포털뉴스편집금지법은 △포털의 자체 편집 및 기사 배열 금지, △아웃링크 의무화, △위치정보 이용 지역언론 기사노출 등을 골자로 한다. 지난 해 6월 김의겸 의원이 발의했던 <신문법 개정안>과 대부분 동일한 내용이다.
디지털미디어사업자의 알고리즘 추천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건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한을 통해 해소하려는 사회적 해악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히고, 금지하려는 행위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증명해야 한다. 지난 해 동일한 법안이 발의됐을 당시에도 똑같은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반영되지 않았다.
아웃링크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언론사와 포털사업자가 서비스 제공방식을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반면 아웃링크 의무화를 통해 얻게 될 공익은 여전히 모호하다. 오히려 언론사의 상업적 경쟁이 강화되어 이용자 편익이 저해될 거란 우려가 팽배하다.
이처럼 알고리즘 서비스를 전면 금지하는 식의 규제는 해외 입법례가 없어 해외사업자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로 인해 국내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 해외 사업자가 함께 적용받을 수 있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민주당의 포털뉴스 규제법은 언뜻 보기에는 강력한 규제 같지만 입법목적이 달성될 지 의심된다. 포털의 뉴스추천 서비스를 금지하기보다는 추천 시스템의 (자율)검증 및 영향 평가, 데이터 접근과 공적인 연구의 허용 등 대안적 방법을 고려하는 게 타당하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의 투명성과 이용자의 (알고리즘) 선택권을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규제를 재설정해야 한다.
‘언론개혁 완수’, 민주적 입법 과정에 달려
발의안의 법리적 문제와 별개로 입법과정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이래 언론중재법 등 여러 법안이 발의되고,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 수많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여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공론을 모으고, 대안을 반영해 법안을 완성해나가기 보다는 강행처리를 위한 땜질식 수정을 거듭하다 법안을 누더기로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해왔다.
이번에 당론을 채택하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특위 논의 시한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무리한 법안을 고집하거나 설익은 법안을 꺼내들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법안이라해도 성숙한 의사결정 과정을 만들지 못하면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개혁은 다수의 힘만으로 완수 되지 않는다. 민주적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다. (끝)
2022년 4월 28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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