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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서울교통공사는 ‘언론플레이’ 중단하고, 장애인과 소통에 나서라

by PCMR 2022. 3. 18.

 

[논평]

서울교통공사는 언론플레이중단하고,

장애인과 소통에 나서라

: 언론의 받아쓰기 관행과 시민불편프레임, 언제까지 봐야 하나

 

서울교통공사가 이동권 보장을 위해 시위를 벌이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여론전에서 이겨야 한다내용이 담긴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사의 교통약자를 바라보는 저열한 인식과 함께 해당 문건이 언론매체들에 의해 그대로 인용됐다는 점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의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 맞서기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를 사례로> 내부 문건은 YTN<[단독] 서울교통공사 장애인 단체는 싸울 상대”...‘언론 플레이정황까지>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보도에 따르면, 공사는 시위과정에서 발생한 승강장 틈새에 낀 휠체어 바퀴 사진을 언론사에 보내 고의 운행 방해설을 퍼뜨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할머니 임종을 봐야 한다며 시위 중단을 요구한 시민에 한 시위자가 버스 타고 가세요라고 답한 사실을 이용해 반대 여론을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서울교통공사의 문건은 장애인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인터넷 언론사 비마이너에 의해 전문이 공개됐다. 문건에 따르면, 사회적 약자와의 여론전에서는 공사가 유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고 가야 한다면서 이해한다, 다만 선 넘지 말라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동권 보장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감을 표하면서도 예산문제’, ‘현실적인 공간 문제등으로 호소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또한 실효성 여부와는 별개로 수어전용전화기’, ‘장애인 이동권 위한 기금 기부등을 언플용으로 쓰라고 적시돼 있다. 기가 찬다. 서울지하철 1~8호선 등 세계적 규모의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 교통 약자를 바라보는 저열한 시선이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그릇된 언론관 또한 문제다. 공사는 경향신문과 한겨레, 오마이뉴스를 지목해서는 약자는 선하다는 기조의 기성 언론으로 치부했다. 또한 비마이너는 장애인 전용 언론”, “당 기관지등으로 매도해버렸다. 그야말로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언론사와 기사에 대한 모독이다.

 

언론연대는 이 같은 서울교통공사의 전략이 일부 성과를 얻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공사가 지난달 22일 장애인 시위로 인한 시민 불편을 부각한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공사의 의도대로 많은 언론매체들에 의해 기사화됐다. 특히, ‘할머니 임종사례는 언론에 의해 자극적으로 활용되면서 장애인들의 정당한 시위를 중단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중앙일보는 아예 임종 놓쳤다로 기정사실화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해당 기사들이 저격한 건 누구인가. 해당 매체들은 이제라도 사과하고 관련 기사를 정정해야 할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서울교통공사는 한 직원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해당 직원의 업무가 보도자료담당이었던 만큼 그 행위 또한 공적인 영역 속에 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공사에게 있다. 무엇보다, 특정 시기에 시민불편기사가 쏟아진 뒤에 공사가 있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실로 공사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 꼬리자르기가 아니라, 장애인들과 공식적인 소통을 통해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우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발표를 단순 받아쓰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걸 경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도 언론매체들의 단순 받아쓰기 관행은 여실히 드러났다. 집회·시위를 보도할 때에는 행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도 무너졌다. ‘시민불편프레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 같은 프레임 짜기는 실질적인 책임자를 가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경고해왔음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 보도를 통해 지워진 목소리는 무엇인가. 언론은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는가. 언제까지 이 같은 행태를 봐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2022318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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