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MBC 대통령 전용기 다시 탑승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은 여전…기자사회의 대응 아쉬워
MBC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수 있게 됐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이전 행보를 생각하면, 다행한 일이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긴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스위스 순방에 나선다. 관련 소식이 전해졌을 때 사람들의 이목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 목적’보다는 ‘MBC’에 쏠렸다. 지난해 11월, 대통령실이 대통령 욕설·비속어 보도를 문제 삼아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며 논란을 빚었기 때문이다. 당시 MBC를 비롯해 대통령실에 문제를 제기한 경향신문·한겨레 기자들은 민항기를 타고 취재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여권에서도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이 이번 순방 길에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허용한 것 또한 당시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MBC가 전용기를 타게 됐으니,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봐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공적 업무의 일환이다. 대통령 전용기 또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말이다. 대통령 전용기에 기자들에 탑승하는 것은 ‘대통령이 기자들한테 주는 편의’가 아닌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도록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리’라고 봐야 옳다.
그런 점에서 MBC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하게 된 것은 당연한 권리를 되찾은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오히려 여러 논란에도, 대통령실이 어떠한 ‘유감표명’이나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다. 그런데 ‘통 큰 결정’이라니…. 그 자체로 언론인의 전용기 탑승을 여전히 ‘시혜’의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언론연대는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당시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을 문제로 지적했었다. 그 본질 또한 달라진 게 없다. MBC의 전용기 탑승 거부 후 벌어진 일들만 봐도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MBC는 국가안보의 핵심축인 동맹 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고 있다”, “악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뭐가 악의적이냐’는 물음에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MBC, 이게 악의적입니다”라는 ‘공식’ 브리핑을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권에서는 MBC 기자의 슬리퍼 착용을 트집 잡는 기이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기자단에 MBC 기자의 ‘출입기자 등록 취소’, ‘출입정지’, ‘출입기자 교체’가 가능한지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의견을 구한 것’이라고 했지만, 누가 보더라도 ‘요청’, ‘압박’으로 보는 게 맞다. 대통령실은 원하는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출근길 약식회견을 중단하고 현관에는 가벽이 설치했다. 이렇게 언론과의 소통은 대폭 축소됐고, 일방적인 국정 홍보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커졌다. ‘뉴미디어 소통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라이브 스튜디오’를 운영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신년 기자회견은 사라졌다. 대신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만 참석한 가운데 신년사를 읊었다. 이 가운데, 미디어오늘의 출입기자 변경 요청을 대통령실에서 6개월 넘게 묵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참담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언론의 정당한 취재가 막히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는데, 기자단의 대응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기자단은 MBC 기자들의 탑승이 거부됐을 때 ‘성명발표’외에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다. 오히려 MBC·경향·한겨레 기자들이 배제된 대통령 전용기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들이 윤 대통령과 개인적인 면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뿐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대통령실 현관에 가벽이 세워져도, 약식 회견이 중단됐을 때에도, 부당한 이유로 특정 언론사 기자가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실에서 MBC 출입기자 징계 혹은 교체를 요청받았을 때 기자단은 “의견없음”이라고 답할 게 아니라, 항의를 했어야 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의 교체가 오랜 기간 묵인되는 현실 또한 기자단의 무능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는 언론을 ‘홍보의 수단’으로만 보고 있다.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을 선택적으로 가르는 것이다. 이렇게 언론이 있어야 할 곳에서 기자들이 배제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을 향한다. 언론은 더 이상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력 감시의 책무를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언론은 언제까지 정부의 줄 세우기에 머뭇거리고만 있을 텐가.
2023년 1월 1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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