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방통위의 위기 상황에 주목한다
: 현직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문제는 독립성
초유의 사태다. 현직 방통위원장이 구속 기로에 섰다. 우리는 한상혁 위원장의 혐의가 방통위의 업무와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독립성’ 침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으며, 상황을 엄중하게 지켜볼 것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현직 방통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4시간 동안 조사한 지 이틀만의 일이다.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고의적으로 감점한 데에 한상혁 위원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통위는 수차례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과장과 국장은 구속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당시 재승인 심사를 맡았던 위원장도 구속된 상태다. 본인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곧바로 SNS를 통해 “언론에서 제기됐던 조작지시 혐의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며 검찰이 제기한 4가지 범죄혐의사실과 그에 따른 반박글을 게시했다.
이번 검찰수사는 방통위의 ‘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이는 개인 비리 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언론연대가 주목하는 것은 방통위의 독립성에 있다.
방통위는 어떤 조직인가. 「방통위법」 제1조(목적)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의 이사·감사 추천을 비롯한 방송정책 전반을 관장하기 때문이다. 방통위원 결격사유가 ‘정치적 독립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유이기도 하다. 동법에서 “(위원들은) 직무를 수행할 때 외부의 부당한 지시와 간섭을 받지 않는다”고 적시했을 뿐 아니라, 면직 가능한 사항을 정해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는 신분보장 규정을 명확히 한 이유 모두 방통위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이유다.
하지만 방통위 독립성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계속해서 시험대에 올랐다.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정부여당 관계자들은 방통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대통령 바뀌면 도의상 물러나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배제됐고, 대통령실은 방통위 업무보고조차 받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그 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윤석열 정부가 방통위원장 교체를 위해 감사원과 검찰을 동원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실제 최근 언론매체들에서는 차기 방통위원장 명단이 오르내리고 있다. MB정부 당시 고위직에 올랐던 누군가가 될 것이라는 얘기와 검찰 출신이 내정됐다는 얘기가 떠돈다. 방통위의 독립성과 위원들의 신분보장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조차 “(위원장의) 조기 해임”이라는 용어를 서슴없이 쓰고 있다. 개탄스럽다.
우리는 법원이 현직 방통위원장에 청구된 구속영장심사에서 방통위의 독립성을 신중하고,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그간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들이 방통위원장을 시급히 구속해야할 만한 사유를 충분히 제시하고, 입증했는지도 의문이다.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고의로 감점한 의혹이 있다면 그 사실관계는 밝혀져야 한다. 다만, 그것은 불구속 원칙에 따라 법원의 재판을 통해 이뤄지면 될 일이다.
검찰은 TV조선 점수가 변경된 배경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검찰의 방통위 수사 또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일, 방통위의 공정한 업무집행을 위한 수사라면 그 사법절차는 더욱 더 방통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돼야 한다.
3월 27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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