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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논평] 민주적 거버넌스 없는 미디어 개혁은 불가능하다

by PCMR 2023. 4. 20.

 

[논평]

민주적 거버넌스 없는 미디어 개혁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미디어혁신위원회의 설치를 공약했다. 그러나 최근에 출범한 미디어 논의기구는 공약과 많이 다르다. 공공미디어 분야를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했다. 언론계가 요구하고 기대했던 언론과 방송, 영상 미디어 산업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거버넌스와는 거리가 멀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이하 산업발전위)가 출범했다. 산업발전위는 이름대로 미디어·콘텐츠산업 발전 전략을 다루게 된다. OTT가 주도하는 디지털 영상 산업의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공공서비스미디어나 지역미디어, 영상 콘텐츠의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엿보이지 않는다. 미디어의 미래를 산업적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반쪽자리위원회다. 애초에 통합적인 논의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미디어 정책의 경제적 목표와 사회문화적 목표를 조화롭게 재설계하기 위함이었는데 위원회의 목표와 구성이 한쪽에만 치우친 것이다. 미디어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정책 합의에 이르기 위한 공론장이 아니라 산업논리를 관철하기 위한 절차적인 수단으로 의심된다.

 

같은 날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통합과 미디어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를 출범시켰다. 미디어 특위에서는 뉴스 플랫폼의 문제를 다룬다고 밝혔다. 정부가 디지털 소통과 저널리즘의 위기에 관심을 두고, 개선방향을 찾는 건 반길 만한 일이다. 그러나 뉴스 포털과 유튜브 규제가 선결과제라니 불안감이 커진다. 국정과제인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법제화나 민주당 정부의 언론중재법 같이 언론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규제 논의로 흐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려 없이 가짜뉴스 차단에만 관심을 쏟는 게 문제다. 지금까지 쭉 지켜보았듯이 가짜뉴스에 대한 권력의 통제 시도는 가짜뉴스의 악영향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가장 커다란 문제는 공공미디어의 배제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미디어를 사회적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 채 직접적인 통제를 가하고 있다. 미디어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공영방송 재원을 흔들며, 공공자산을 매각해 보도채널의 공적인 지배구조를 무너뜨리고 있다. 비판언론에 대한 소송·위협, 보복성 취재 제한, 미디어기업 인사에 대한 개입 등 권력 수단을 동원한 권위주의적 통제도 이어지고 있다. 공공미디어를 진영대결로 몰아가는 정부의 통제 전략은 미디어 공공성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두 개의 미디어 논의 기구를 출범하며 미디어의 책임성을 높이고 콘텐츠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미디어 사업자의 책임성을 떨어트리는 무분별한 규제완화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과잉 규제도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공미디어에 대한 정부의 공격이 이어진다면 미디어 공공성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미디어는 제도의 변화만큼이나 결정의 과정이 중요한 정책 분야이다. 미디어정책이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논의되고 관료와 전문가,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결정되면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민주적인 거버넌스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는 미디어 개혁에 이를 수 없다. 지금 이대로는 국민통합도, 산업발전도 모두 요원한 일이다.

 

2023420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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