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내가 쓸고 닦은 EBS에서 동료들과 일하게 하라!”
“내가 쓸고 닦은 EBS에서 동료들과 함께 하고 싶다.” EBS 사옥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의 구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EBS의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노동개악에 맞서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러자 EBS와 용역업체는 노조간부를 표적해고하고 노조탄압에 들어갔다.
EBS는 신규입찰을 하면서 업무와 비용을 효율화했을 뿐 인력 운영은 용역업체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EBS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이다. 모든 책임을 하청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악덕 원청의 행태이다.
하지만 EBS는 청소노동자 해고 사태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청소용역비를 삭감해 인력을 감축하고, 근무시간을 축소해 노동자를 쥐어짜도록 한 건 다름 아닌 EBS이기 때문이다. 설사 신규 용역업체가 노조간부를 찍어 해고한 거라 하더라도 EBS는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뒤에 숨어서 해고를 지시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사용자 책임만이 아니다. EBS 청소노동자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문자 해고, 일방적인 근로조건 변경, 살인적인 노동 강요는 공영방송의 공적책임에 명백하게 반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청소노동을 ‘비용절감’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후진적 노동관은 ‘교육’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EBS는 청소노동자의 고혈을 짜내는 게 과연 진정한 경영위기의 해법인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BS 경영진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배워야 한다. EBS 경영진이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적자 부담을 전가하려 할 때 청소노동자들은 밥줄이 끊기는 위험을 각오하고 노동조합으로 뭉쳤다. 해고된 동료와 함께 투쟁하겠다는 청소노동자들의 정신이야말로 EBS가 자랑하는 그 어떤 글로벌 석학들의 사상보다도 ‘위대하다.’(Great Minds) 언론연대도 청소노동자와 함께 외친다. “내가 쓸고 닦은 EBS에서 동료들과 일하게 하라!”
2023년 5월 19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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