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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기자회견문] 탈법 협상 자행한 SBS미디어렙 허가를 보류하라

by PCMR 2013. 9. 10.

[기자회견문]

탈법 협상 자행한 SBS미디어렙 허가를 보류하라 

 

지난달 27일 SBS와 지역민방 간 방송광고 연계판매 협상이 마무리됐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첫 민영미디어렙 허가 절차를 앞두고 SBS측의 밀어부치기식 협상에 지역민방 사장단이 백기를 들었다고 하는 게 딱 맞는 표현이다. 시민사회의 비판과 지역민방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SBS와 SBS미디어크리에이트(이하 SBS미크)측의 일방적 일정과 내용에 지역민방 사장단은 무능의 극치를 연출했다. 지역성 구현의 책무를 외면하더라도 SBS측에 찍히는 게 더 불편하고 무서운 것이 키스테이션사와 네트워크사간의 현실인 것이다.  

 

이른바 ‘홀딩스’로 상징되는 자본의 탐욕에 그대로 노출된 지주회사 체제의 지상파 SBS가 방송의 공익성에 충실하기 어려운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 싸워왔다. 그 싸움의 결실이 미완이지만 최소한의 규제 장치인 미디어렙법이다. 미디어렙법은 방송의 보도 편성과 광고영업을 분리해 공공성과 공익성, 여론다양성을 보호하고 키스테이션과 네트워크사의 건강한 공생관계를 보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협상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자본의 지배에 약한 고리인 민영지상파방송이 미디어렙법 입법 취지를 제대로 반영해 낼 수 있는지 이번 협상이 첫 시험대였기 때문이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SBS와 SBS미크는 지역민방에 대해 저녁 9시부터 12시 사이 프라임타임대 수중계와 로컬뉴스 시간을 축소를 전제로 전파료와 연계판매 협상을 시작했다. 키스테이션사의 우월한 지위와 광고 판매를 미끼로 지역민방의 편성권을 아예 갖겠다는 발상은 미디어렙법을 무력화하겠다는 시도임에 분명하고 명확한 위법사례이다.  

 

SBS가 지역민방에 편성권을 요구한 시간은 지역성을 실현시키는 핵심 핵심시간대다. 9대 지역민방은 지역현안을 다룬 시사토론, 심층고발, 다큐, 예능프로까지 모두 24개 프로그램을 제작, 송출중이다. 특집 프로그램과 지방선거, 총선 토론회도 이 시간에 집중적으로 방송해 왔다. SBS는 또 저녁 8시 메인뉴스 중간에 지역민방의 자체 판단에 따라 들어가고 있는 지역뉴스 시간을 저녁 8시 25분에 시작하는 조항의 보도 협약을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지역뉴스를 축소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의 가장 뜨거운 현안이 뒷전으로 밀려 지역뉴스의 기반은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비판이 확산되자 SBS관계자는 ‘실수를 인정한다’며 ‘법 취지에 따라 최종 네크워크 협약 체결은 광고연계판매만 했다’고 했지만 같은 날 SBS측이 요구한 편성부분을 거의 다 수용한 편성협약서 서명도 이미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23일까지가 민영미디어렙 허가 시한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과정의 위법성과 서류상 꼼수로 협상을 마무리 한 SBS미크가 허가의 조건인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바탕으로 공공의 이익과 공정한 거래 질서를 실현 할 의지가 있는지를 제대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시키는 중요한 재원 제도인 미디어렙의 정착과 종속적인 협상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특정한 방송사의 과도한 지배를 막는 것이 중요하며 이후 이러한 내용을 담은 미디어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다. 또한 연계판매를 통한 지역방송의 지원제도가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 지역 시청자들에게 쓰이지 않고 사주의 주머니에 들어간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꾸준하게 제기 되어 온 민영방송의 과도한 배당 문제가 빠른 시간 내 반드시 제도적 규제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2012년 8월 6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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