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위원장은 종편재승인 물타기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

 

 

 

[논평] 이경재 위원장은 종편재승인 물타기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오늘 회의를 열어 의결 처리하기로 했던 종편․보도전문 PP 재승인 기본계획을 내일로 미뤘다. 연구반은 종편의 사회적 문제를 고려해 지상파방송보다 재승인 심사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심사기준안을 마련했었다. 그러나 방통위는 원안보다 심사수준을 낮추어 수정하여 회의에 상정한 탓에 위원 간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결과다.

 

방통위는 ‘종편승인검증 TF’를 운영 중인 언론연대와 언론노조, 언론인권센터가 요구한 공청회 개최를 받아들여 지난 2일 재승인 심사 기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방통위는 연구반 최종안을 공개했고 이를 토대로 참석한 패널들은 보완할 요소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패널 대부분은 재승인 거부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할 것과 종편 서비스의 물적 토대인 재정관련 항목도 과락 항목으로 포함시키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로써 재승인 심사가 종합편성채널이 기본에 충실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규제 장치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위는 연구반이 제시한 안을 대폭 후퇴시켜 안건으로 상정했다. 연구반은 종편에 대한 보도의 공정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현실을 고려해 지상파 재허가 기준보다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여 최종안을 제시했다. 공적책임 항목과 프로그램 제작관련 항목에서 배점의 60%를 획득하지 못하는 경우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회의에 상정한 의결 안건에는 보도.종편 사업자의 해당 항목 점수가 배점의 40%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로 20%를 낮추어 적용하도록 변경했다.

 

공론화 과정을 보완해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토론회까지 열었던 방통위가 스스로 내놓은 가이드라인도 지키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지 묻는다면 어떤 궁색한 변명을 내 놓을지 궁금하다. 토론회를 진행하던 같은 날 이경재 위원장은 생방송에 출연해 종편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는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는 사업자에게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며, 방통위 내부에게는 심사 방향을 암시하는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런 식이라면 방통위는 종편승인 심사 시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는 방통위의 직무유기를 만회할 마지막 기회도 스스로 져버리는 것이다. 지난 최시중 방통위가 벌인 탈법과 부도덕의 토대 위에서 합의제 규제의 틀을 무력화 시키겠다는 이경재 위원장의 속내가 드러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최소한의 정책적 방향과 규제에 대한 고민 없이 종편에 시간만을 내 줘야 한다는 고집이 어떤 재앙으로 돌아올지 이경재 위원장은 깊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2013년 9월 4일

언론개혁시민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