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기사가 없습니다? 언론이 아닙니다!
- 대주주 비판기사 삭제한 <서울신문>, 언론 자격 없다 -
검색창에 ‘호반그룹 대해부’라 넣으니 이렇게 나온다. “기사가 없습니다.”
대주주가 바뀌자 기사가 없어졌다. 사라진 기사는 호반건설의 편법승계 의혹 등을 고발한 시리즈로, 모두 50여건에 달한다. 17일 자사 홈페이지와 포털 사이트에서 전부 삭제됐다. 호반그룹이 대주주로 들어선 <서울신문>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호반이 최대주주가 됐는데 호반을 비판하는 기사가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삭제의 이유라고 한다. 급기야 사주까지 나서서 2년 전 기사의 진실을 가려보자 으름장을 놓는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편집의 자유’를 부정하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이럴 바에는 사주가 바뀌었으니 제호도 바꾸는 게 어떤가. 호반사보(社報)가 좋겠다.
그들에게 독자는 안중에도 없다. 특별취재팀을 만들어 신문 1면에 냈던 수십 건의 기사를 삭제하면서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독자우롱이 아니고 무언가. 독자에게 부끄러운 마음보다 '회장님'에 대한 안타까움이 앞선다. 독자 퍼스트가 아니라 ‘회장님’ 심기가 먼저다. <서울신문>에게 (해당)기사와 지면은 독자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삭제하고, 거래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언론이 기사를 이처럼 함부로 지울 순 없는 노릇이다.
<서울신문> 경영진의 머릿속은 오로지 ‘호반’으로 가득 차 있다. “친(親)호반 반(反)호반 따지지 않고 인사를 했는데…아직도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며 엄포를 놓는 식이다. 도대체 언론사 경영인인지 건설사 하수인인지 모르겠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울신문>에게 중요한 건 친(親)호반, 반(反)호반이 아니라 독자의 신뢰이다. 지금 독자들은 말하고 있다. 기사를 복원하라. <서울신문>에 “경고한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 “두 번 기회는 없다.” <끝>
2022년 1월 2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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