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끝이 났다. 당선인이 약속한대로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며, 야당과 협치”하는 통합의 정치에 나서길 기대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후보시절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과 편향된 언론관을 잇달아 드러내며 커다란 우려를 자아냈다. 윤 당선인은 “기사 하나로 언론사 전체가 파산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언론의 책임성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언론의 자유를 무시한 처벌만능주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국민의힘은 KBS의 김건희 씨 주가조작 연루 의혹 보도가 오보라며 공세를 펼치기도 했다. 언론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인 검증 기능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윤석열 당선인은 ‘소수매체’를 무시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고발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한 뉴스버스를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인터넷 매체”라고 폄훼했다.
정치이념에 따른 언론 갈라치기도 문제다. 대선후보 TV토론 실무 협상 과정에서 윤 후보캠프는 기자협회와 JTBC를 두고 “좌편향됐다”고 발언했다. 당선인 역시 별다른 근거 없이 “친여매체”, “정권의 하수인”이라는 등 언론(인)을 모욕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언론을 향해 철지난 이념공세를 펼친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그릇된 언론관은 선거운동 막바지에 더욱 집중됐다. 타깃은 ‘언론노조’를 향했다. 지난 6일 유세과정에서 그는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를 전위대 삼아 못된 짓을 다 했다. 그 첨병 중 첨병이 언론노조”라며 “말도 안 되는 허위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공작으로 세뇌해왔다. 정치개혁에 앞서 먼저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또, 언론노조가 “집권여당 친위대”라며 “해산을 피할 수 없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이런 태도와 발언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언론탄압을 떠올리게 하기 충분하다.
이렇듯, 차기 윤석열 정부의 언론·미디어 정책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이런 우려를 잠재울 사람은 윤석열 당선인, 본인뿐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두고 여러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재명 후보와 1%도 되지 않는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 젠더와 노동, 언론 이슈에서 배제와 혐오를 쏟아내며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선거운동으로 정권심판 여론을 모두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과는 승리했지만, 과정과 내용에선 패배했다는 뼈아픈 지적을 당선인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당선인은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들과 진솔하게 소통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 속에 숙제를 풀 열쇠가 담겼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보여준 혐오와 배제의 정치를 멈춰야 한다. 언론을 향한 적개심을 버리고 소통의 정치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믿고, 국민의 뜻을 따르는” 길이다. 과거 국민의힘 정권처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고, 혐오와 차별에 기대는 낡은 정치로 퇴행한다면 윤석열 정부 역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2022년 3월 10일
언론개혁시민연대
'논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논평] 서울교통공사는 ‘언론플레이’ 중단하고, 장애인과 소통에 나서라 (0) | 2022.03.18 |
---|---|
尹정부 “국민통합”, 언론미디어 정책에 달려 있다 (1) | 2022.03.15 |
대주주 비판기사 삭제한 <서울신문>, 언론 자격 없다. (0) | 2022.01.20 |
방통위는 SBS독립성을 위한 실효성 있는 이행조건 부가해야 (2) | 2021.09.07 |
언론중재법, 시한부 협의가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0) | 2021.08.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