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과 위협을 우려한다
지금 광주에서는 ‘언론개혁을 위한 예술가들의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회측은 “사실을 기반으로 진실을 전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로 돌아가길 촉구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된 일부 출품작을 보면 언론에 대한 비평 예술이라기보다는 특정 언론(인)을 향한 적개심의 표출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힘들다.
대체 어떤 기준으로 100명의 기자들을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최측은 이번 전시회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진실을 왜곡하는 가짜뉴스, 허위 여론조사 퇴출”을 바라는 자리이며, “권력에 줄서기 하며 언론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망각하고 권언유착을 서슴지 않는” 기자들에 대한 ‘소리 없는 외침’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작품을 지배하는 분노와 격정, 인권의 무시와 조롱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의 근거나 비평의 윤리를 찾아내기는 어렵다. 이들의 풍자 미학에 공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언론 비평은 저널리즘에 기초해야 한다. 저널리즘에 반하는 증오의 표출은 언론 비평이 아니라 위협으로 변질되기 쉽다.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는 언론을 향한 적개심이 지나쳐 공격성을 띠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여성 기자를 겨냥한 온라인 폭력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의 뿌리에는 일부 정치인, 인플루언서, 정파적 단체의 반저널리즘적인 선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비록 언론에 대한 공격을 직접 부추기지는 않지만, 언론(인) 위협을 증폭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거나 폭력을 저항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회와 같이 문제적이다.
우리는 잘못된 기사나 편향된 언론에 대한 시민의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비판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언론(인)에 대한 정파적 공격과 위협이 건전한 비평의 자리를 빼앗았을 때 우리사회가 치러야 할 대가를 우려한다. 예술과 언론은 표현의 자유 위에서 함께 공존한다. ‘언론개혁을 바라는 예술가들’이 부디 우리의 우려와 호소에 귀를 기울여주길 부탁한다. (끝)
2022년 6월 3일
언론개혁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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